아내의 외도에 대한 분노

 

 

영희는 지금까지 살면서 폭행을 당한 일이 없었다. 친정부모들로부터도 욕설은 들었지만, 손찌검까지는 당하지 않았다. 맞을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을 때려서 키우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영희는 그 동안 여러 남자들과 연애를 하고 성관계를 맺었다. 그러면서 모두 헤어졌다. 하지만 그 남자들 역시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말싸움도 많이 하고, 다투기도 했으나, 이번에 남편이 했듯이 직접 때리는 일은 없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못된 여자아이들은 친구나 후배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지만, 다행이 영희는 그러한 또래집단의 폭행에 직접 피해자가 된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TV나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를 폭행하는 경우를 봐도 이번처럼 무지막지하게 때리지는 않았다.

 

아무튼 영희는 남편의 폭행사건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은 단순 폭행이 아니라 엄연히 상해죄에 해당하고 무거운 가정폭력사건이었다.

 

 

 

정부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해 근원적으로 이를 뿌리 뽑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정폭력방지법) 2001 1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여성가족부 소관이다.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보호ㆍ지원함을 목적으로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피해 상황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이 법이 선언하고 있는 법의 이념과 가치다.

 

영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당했다. 그리고 신체의 안전을 침해 당했다.

 

그렇다고 영희가 곧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도 어렵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나 여자로부터 폭행이나 상해를 당했으면, 당연히 즉시 신고를 했을 것이다. 그것은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이며, 무조건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오직 성경에만 무조건 용서를 강조하고 있다. 오른 뺨을 맞거든, 왼 뺨도 내주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인간세계에서 그렇게 당하고 또 당했다가는 즉시 거지가 되고, 하루도 살 수 없게 된다.

 

성경과 달리 법에는 상대방의 가해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방어권의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형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정당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남편이 때리면, 아내도 즉시 방어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맞지 말아야 한다. 남편의 위법한 공격행위에 대해 정당한 방어를 함으로써 목숨을 지켜야 하고, 신체의 안전과 온전성을 보존해야 한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와 같이 싸우는 것은 옆에 심판이 없는 이상 게임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완력에 있어서는 남자의 근육이 강하고,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군대도 갔다왔고, 태권도나 유도, 검도 등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부싸움에 대비해서 여자가 평소에 태권도 같은 무술을 배우기도 곤란하다. 너무 싸움을 잘 하는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는 남자도 있기 때문이다.

 

영희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이혼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이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혼 후 혼자 살아가는 것이 걱정이기 때문이다.

 

3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남의 일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린다. ‘그런 남자와 살아야 소용 없다. 즉시 이혼하라.’ ‘한번 폭행을 한 남자는 언제고 다시 근성이 나타난다. 그러니 위험하다. 왜 매맞고 사느냐?’ 등등이다.

 

또 다른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이가 있으니 참고 살아라.’ ‘남자가 욱하고 그런 것이니 반성했으면 용서해주는 것이 좋겠다.’ 등등...

 

그러나 인생사에 있어서 당사자 이외의 사람은 어디까지나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매우 쉽게 어드바이스를 한다. 막상 자기 자신의 일이거나, 자기 가족의 일 같으면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 영희는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 상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기 자신이 남편에게 맞고, 더군다가 그 맞은 원인이나 동기 제공이 자신이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했고 그러한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욱하고 때린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속말을 하고 털어놓고 상의를 할 수 있겠는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