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렸지만 만족할 만한 것은 없다. 사랑이란 정신적인 작용이며, 그 실체를 볼 수 없고 정확하게 인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랑은 단순히 정신적인 작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육체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고 기능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만드는 가상의 공간에서 형성된다.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은 그들만의 독점적인 영역을 창조한다. 두 사람만의 탑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때로는 동굴을 파놓고 두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 사랑은 두 사람에게 부여된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

 

그들에게만 허용되는 시간과 공간이며, 그들만이 마실 수 있는 물과 공기가 있다. 그들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색깔이 있고 소리가 있다.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촉이 있다. 그들만이 얻을 수 있는 환희와 고통이 있다.

 

이런 사랑의 전제조건은 진실성과 합일성, 영원성에 있다. 사랑에 빠져 사랑을 시작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탑을 쌓는다. 그 탑에 자신들의 추상적인 사랑을 각인하고 그 탑을 보면서 항상 사랑을 확인한다.

 

 

그 탑 위에 올라가 앉거나 탑 속에 들어가 안주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탑과 비교도 하지만, 그 탑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탑들은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비교할 능력도 없어진다. 탑속에서는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의식주는 중요치 않다. 사랑의 정신으로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탑에서는 정신이 중요하다. 서로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탑에서는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놓고 항상 교감한다. 주파수가 맞지 않거나 다른 주파수와 혼선이 생기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24시간 계속되는 이 사랑의 교감작용은 사랑의 본질에 연결되어 있다. 사랑을 다른 인간행동과 구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교감이 끊어지거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랑은 병들거나 소멸하게 된다.

 

두 사람이 사랑의 탑을 공고하게 쌓아가면서 더 높아지면 그 사랑은 천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지상에서 영원까지 이어지는 사랑의 금자탑이다. 모든 사람들의 우상이 된다.

 

그러나 그 탑은 인간의 교만함 때문에 바벨탑처럼 중간에 모두 무너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그 탑을 쌓으면서 항상 신에 도전한다. 신과 같은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의 무모함은 결국 탑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사랑의 탑(tower of love)을 쌓는 일은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고를 필요로 한다. 가만히 편하게 앉아서 탑을 쌓을 수는 없다. 피와 땀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다지 중요한 가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탑을 잘 쌓아보았자 다른 사람들과 그 효용을 나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이기적인 활동이다. 사랑의 탑은 두 사람만이 노고를 들여 쌓을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가진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그 탑은 중단된다. 중단된 채 이상한 모양으로 변형된다. 녹이 슬고 비를 맞고 풍상에 초라해진다. 그 탑은 사랑의 탑이 아니라 증오의 탑이 되고 그 탑을 쌓던 사람들은 동과 서로 나뉘어 갈라서게 된다.

 

두 사람은 한때 자신들이 공동으로 탑을 쌓았다는 기억만 가지고 있을 뿐 그 형체 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나쁜 추억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이처럼 쌓다가 만 사랑의 탑들이 수 없이 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어설픈 흔적만을 남기고 있는 이런 탑들은 인간들의 교만함과 불성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애당초 모든 것을 순종하기로 마음 먹은 동물들은 이런 어설픈 사랑의 탑을 쌓지도 않고 쌓다가 내팽개치지도 않았다. 그들은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할 뿐이어서 사랑의 탑 대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작은 공간을 빌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교미를 하고 종족을 보존한다. 그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사랑에 대해 추상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다.

 

사랑의 탑은 쌓기도 어렵지만 관리하기가 더 어렵다. 항상 두 사람이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탑의 형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다른 사람들이 그 탑의 주변에 모여든다.

 

탑의 작업에 허락 없이 끼어들거나 작업중인 한 사람을 내쫓고 대신 작업하려는 꾼들도 있다. 복잡한 애정관계가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면 사랑의 탑은 고요한 산사에서 복잡한 시장이 된다.

 

탑은 더 이상 올바른 방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변질된다. 주저앉기도 한다. 그들은 헤어져 각자 다른 탑을 새로 쌓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사랑의 탑을 평생 저주하며 외면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의 실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누구와 어떤 사랑의 탑을 쌓아왔는가? 그리고 얼마나 높이 쌓았는가?

 

탑의 이름은 무엇이며 얼마나 아름답고 그 안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랑을 나누었는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그 사랑의 탑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우리는 너무 사랑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랑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생을 마감할 때 가장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사랑 없이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후회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사랑에 대해 쏟는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모른다. 무엇이 사랑이고, 왜 사랑이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사랑을 알지 못하면서, 사랑에 도전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그 사랑 때문에 상처 입고, 아픔과 슬픔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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