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미지와 역이미지

 

사랑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달라보일 때가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내적이나 외적으로 달라져서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관찰자, 즉 나 자신이 그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가 이런 저런 이유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감성적인 영역이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러나 그 호감은 시간이 가면서 항상 달라질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어떤 사소한 이유로 이미지가 역이미지로 바뀌는 것, 그로 인해서 상대방은 역이미지가 노출된 것에 대해 당황하고 이를 수정하려고 한다. 아니 감추려고 한다. 롤랑 바르트는 이와 같은 역이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랑의 영역에서 사랑의 대상의 역이미지를 잠시나마 만들어 내는 것. 하찮은 사건이나 어떤 미세한 것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그 선한 이미지가 갑자기 변질되고 전복되는 것을 본다. 이미지의 변질은 내가 그 사람을 부끄럽게 생각할 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수치심은 예속에서 온다. 나의 통찰력 또는 정신 착란만이 간파할 수 있는 어떤 하찮은 일로 해서 그 사람이 갑자기 그 자체가 노예 근성인 어떤 심급에 예속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베일을 벗고, 노출되고, 현상된다. 나는 갑자기 그가 분주해지고 당황해하고, 또는 그렇게 함으로써 인정이라도 받으려는 듯 사교계의 의식에 복종하고 존중하고 영합하는 것을 본다. 왜냐하면 나쁜 이미지란 사악한 이미지가 아닌 비열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게 세속적인 진부함 속에 붙잡혀 있는 그 사람을 보여 준다.>

-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47~49쪽에서 -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매우 선하고 아름답다. 그가 지혜롭게 부지런하다. 몹시 인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밝은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그에게 빠진다.

 

처음 단계에서 상대방은 아무런 약점이나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히려 상대방이 약하고 허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편하게 느껴서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나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쁜 이미지라 함은 도덕적으로 선악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비열할 뿐이다.

 

그는 지나치게 세속적인 사람이라는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에 영합하면서 잘 살아가려는 모습도 때로는 비열하게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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