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게슈탈트 심리치료> 해설 (28)

 

철수(55, 가명)는 고위 공직자로서 아주 모범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철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어 차분하게 단계를 밟아 고위직에 올라갔다.

 

그는 말로는 아주 청렴하고 여자관계도 깨끗하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한다. 부정부패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산신고한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 철수의 내면은 그렇지 않다. 철수는 그동안 남 몰래 뇌물도 많이 받아먹었고, 혼외정사도 많이 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하는 마음 보다는 개인적인 사리사욕과 명예욕이 더 크고 많은 편이다. 공식적으로는 재산내역을 신고한 것이 적지만, 실제로는 명의신탁 등의 방법으로 은닉해놓은 재산이 50억원이 넘는다.

 

철수는 자신의 욕구를 철저하게 억압하고 눌러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고, 그들의 바램대로 말하고 행동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아서 첫 번째 단계인 허위층과 두 번째 단계인 공포층, 세 번째 단계인 난국층까지 돌파해서 지금은 네 번째 단계인 내부 파열층에 도달해있다.

 

철수는 지금까지의 위선과 가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모습대로, <지금 여기에서> 본인이 느끼는 욕구와 감정을 그대로 아무런 꾸밈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타내고 <진정한 자아>의 모습대로 살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만일 그렇게 철수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그대로 오픈하고,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 감정을 외부에 표출하고 이를 해소하고 해결하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은 철수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낄 것이며, 온갖 비난을 퍼부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철수는 그래서 자신의 솔직한 욕구와 감정을 외부에 그대로 표출하는 대신, 혼자서 내부적으로 표출한다.

 

그런 욕구와 감정의 내적 폭발은 그동안 오랫동안 철수 내면에서 억압되었고, 눌려있고, 해소되지 못했던 것이었으므로 폭발력이 엄청나다.

 

철수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 감정이 내부에서 폭발하는 것을 보고 크게 당황하고 혼란에 빠진다.

 

그 때문에 철수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말과 행동은 종전과 다르게 일관성이 없고,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철수의 위선과 가식을 조금씩 알아차리기는 하지만, 아직은 완전한 형태의 알아차림은 되지 않은 상태다.

 

게슈탈트치료에서는 개인이 심리적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다섯 단계의 신경증의 층(five layers)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신경증(neurosis, 神經症)이라 함은, 개인의 내적인 심리적 갈등이 있거나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리가 생겨 심리적 긴장이나 증상이 일어나는 인격의 변화를 말한다.

 

게슈탈트치료의 창시자인 프리츠 펄스는 인간의 인격은 양파껍질을 까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인간의 성장에 장애가 되는 신경증이 변화되고 성숙되는 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허위층은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하면서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규범에 따라 피상적으로 만나는 단계를 말한다. 하위층 단계에서는 개인은 자신을 솔직하게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공포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고유한 모습대로 살지 못하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따른 가짜 역할이나 연기를 하면서 살아 간다. 이 단계에서 개인은 자신의 참모습, 진정한 자아의 실체를 그대로 노출시키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고 무시하며 경멸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게 된다.

 

난국층은 개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배우로서의 가장 역할, 연기를 끝내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대로 살려고 시도하지만, 동시에 심한 허탈감과 불안감, 두려움을 체험하게 된다.

 

내부 파열층은 개인은 자신이 역압하고 차단해왔던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차단해왔던 파괴적 에너지를 갑자기 외부로 발산하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내부로 분출시키는 반전 행동을 보이게 된다.

 

폭발층 단계에서는 개인은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더 이상 억압하거나 차단하지 않고 직접 외부 대상에게 표현한다. 이 단계에서는 미해결과제도 전경으로 떠올려 완결지으면서, 정신과 신체의 총체적 통합을 체험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네 번째 신경증 층인, 내적 파열층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내적 파열층은, 개인이 자신의 욕구를 인식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억압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 개인은 자신이 억압하고 차단해 왔던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리지만 오랫동안 차단되어 왔던 상당한 파괴력을 지닌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면 타인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내부로 발산하고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개인의 에너지가 외부로 표출되어야 할 것인데,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내부에서 폭발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내면의 세계가 그러한 에너지 폭발로 인하여 혼란스럽고 어지럽게 된다.

 

개인은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자신의 참모습을 파악하지 못하고, 남이 시키는대로 연극 배우와 같은 연기 내지 가짜 역할을 해왔다.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 감정은 스스로 억압하여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게슈탈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적 파열층 단계에서는 개인은 지금 여기에서 진정한 자신의 욕구와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지각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 감정을 밖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표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이 아직 내적 파열층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그동안 내부에서 쌓여있던 욕구와 감정을 일시에 있는 그대로 밖으로 표출시키면, 즉 폭발시키면, 그 폭발력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을 알고, 이를 두려워한다.

 

외부로 폭발시키면 다른 사람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자기 자신>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비난하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며 그에 대한 저항을 감당하지 못할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개인은 다른 사람에게 표출하여야 할 감정을 자기 자신에게 폭발시킨다. 이런 단계를 벗어나서 폭발층의 단계를 거쳐야만 개인은 심리적 성숙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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