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게슈탈트 심리치료> 해설 (32)

 

게슈탈트이론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게슈탈트>의 개념이다. 독일어로 된 이 용어는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을 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단순히 <형태>라는 말로 번역해서는 원래 펄스가 의도하고 있는 개념과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원어 그대로 사용하면서 펄스와 같은 게슈탈트 심리치료연구에서 이 용어가 어떠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차분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게슈탈트 심리치료 또는 심리상담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장 중요한 개념인, <게슈탈트>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여야 비로소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은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서 생활한다. 게슈탈트의 개념은 인간 개인의 내적인 문제가 아니다. 게슈탈트는 인간이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개념이고 문제다.

 

인간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그에 따라 환경 또는 자극을 오감으로 인지하고 지각한다. 이러한 지각현상을 그야말로 본능적이며 반사적이다.

 

그런데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외부 환경이나 자극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마치 카메라 렌즈처럼 무조건 단순하게 수동적으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인간은 외부 환경이나 자극을 단순히 눈으로 보거나 감각으로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환경을 의미 있는 형태로 조직화한 다음 그 형태를 지각한다고 보는 것이 게슈탈트 이론이다.

 

인간은 외부 환경이나 자극을 하나하나씩 떼어서 분리하여 보는 것이 아니다. 뇌의 작용에 의해 여러 대상을 하나로 통합한 전체, 즉 여러 개별적인 대상요소들이 하나의 전체를 형성하여 개인에게 인식되는 형태 또는 형상으로 조직화하여 지각한다.

 

인간에게 생겨나는 욕구나 감정 그 차제가 바로 게슈탈트로 지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바로 이 이론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철수가 여자 친구인 영희와 같이 호텔방에 들어갔다. 호텔방에 들어간 두 사람은 샤워를 한다. 이때 철수는 호텔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프론트에서 신용카드를 제출하고 방값을 계산하는 행위, 호텔방에 들어가서 영희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행위, 철수가 샤워를 하는 행위, 샤워를 마치고 침대 위에서 영희와 성관계를 하는 행위를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하게 된다.

 

이때 철수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욕구는 영희와 성관계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철수 입장에서는 <영희와의 성관계>가 <지금 -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욕구이며, 그러한 전체적인 욕구와 감정의 통합된 형태가 <전경>의 위치로 부각된다. 철수는 <영희와의 성관계>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성행위로써 실행하고 완결짓기 위한 행동동기가 필요하다.

 

철수가 지금 여기에서 <영희와의 성관계>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행동동기>를 가지고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조직화한 것이 바로 게슈탈트인 것이다.

 

이러한 게슈탈트는 철수가 영희와 <성관계>를 성공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완전히 해소되고 해결되는 것이다.

 

철수의 게슈탈트는 이 경우 자신의 혼자 힘으로 해소된 것이 아니라, 영희라는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해소된 것이다.

 

이와 같이 개인의 게슈탈트는 외부 환경인 영희와 분리되어 단순히 철수 내부에서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외부 환경, 즉 영희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완결되는 철수의 행동동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철수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 위로 올라가서 영희를 껴안고 있는데, 갑자기 호텔방문을 밖에서 누군가 벨을 누르고 급한 목소리로 문을 열라고 하면 그 순간 철수는 <영희와의 성관계>에 대한 게슈탈트는 순식간에 <전경>의 위치에서 <배경>의 위치로 떠밀려간다.

 

그 대신 <낯선 외부 침입자>에 대한 현상을 지각하고 빨리 일어나서 옷을 입고 문을 열어주고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게슈탈트>가 전경으로 떠오르게 되고, 문을 열고 문제를 해결한 다음, 다시 <영희와의 성관계>가 전경의 게슈탈트로 부각되고 성행위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철수가 외부 방문자가 급한 용무를 전해주었기 때문에 영희와 성관계를 하지 못하고 옷을 입고 호텔방을 나가서 일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 그러한 성관계의 게슈탈트는 미해결과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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