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사랑하라>

남자와 여자가 좋아한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랑은 천차만별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랑의 형상도 시간이 가면서 수시로 변한다.

그러니까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이며,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붙잡아 매놓을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랑은 어려운 괴물이다.

사람들이 사랑에 실패하고,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좋아하고 섹스를 하면 사랑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사랑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사랑은 아무런 경험이 없이 혼자서 생각하고 느끼면서 발전시키는 어려운 테마다. 더군다나 상대가 있고, 상대와 호흡을 맞추어 균형을 잡아야 가능한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에서 그쳐야지 소유하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이다. 상대를 소유한다고 하면, 일시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절대 변하고 붙잡았던 끈은 풀어진다. 밧줄은 끊어진다.

그리고 그 소유의 대상도 시간이 가면 달라진다. 늙고 병들고, 사악해지고, 무능력해진다. 그러면 처음 소유했던 상대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사랑은 관계로서 그쳐야 하며, 소유하거나 전유하력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랑과 소유는 매우 어려운 관계이며 문제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하고, 소유해야만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유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은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소유란 사랑의 실체를 요구하는 것이며, 손에 쥐어야 존재를 믿는 것과 동일한 사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랑은 결코 소유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는, 부분적으로는 소유할 수 있어도 영원히, 전체를 소유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랑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곳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사랑은 균열이 생기며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사랑이 지겹습니다 참 너무합니다

그대는 괜찮은가요 그럴 수 있나요

아픈 사랑 했었다 울어주면 단가요

이젠 그대를 그대를 미워합니다

그래야 그댈 잊으니까요>

- Gavy NJ, 사랑이 그렇습니다, 가사 중에서 -

롤랑 바르트도 이런 사랑과 소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단히 말하고 있다. 참고로 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관계의 어려움이, 사랑하는 이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전유하려는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이후부터는 그에 대한 모든 소유의 의지를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331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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