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다면>
은은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아침 안개가 걷히고
너의 모습이 보이면
마음은 호수 위를 거닐고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커피잔을 맴돈다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 믿었다
낮에 태양이 뜨듯이
밤에 달이 비추듯이
아주 오래 오래
나를 따라 돌고
너를 따라 돌고
영원이 영원을 그릴 줄 알았다
어느 날 소나기가 내렸다
미친듯이 광풍이 닥치고
타오르던 불길은 꺼지고
소리 없이 날리던 망각의 먼지
사랑은 질식하고
남은 건 차가운 시선뿐
먼 곳에서 기적소리가 울리고
너는 작은 가방을 들고
가을 코트를 걸친 채
고개를 숙였다
어디론가 떠나
나 이외의 섬에 닿을 것처럼
무인도를 꿈꾸고 있었다
홀로 맞을 이 밤
솔향기 가득한 밀실에서
나는 다시 고독 앞에서
눈물을 뿌린다
거부할 수 없었던 이별은
얼마나 잔인했던가
얼마나 끈질긴 것인가
술에 취해 밤을 지새면
또 새벽은 도둑처럼 찾아오리니
그때 멍하니 너의 이름을 부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