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단상
촉촉한 새벽이슬을 밟으며 가을을 맞는다. 긴 겨울을 헤치고 생명의 싹을 틔
웠던 감격의 봄, 타오르는 태양의 위대한 힘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여름
을 보내고 이제 원숙한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왔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설레인다. 가을이라는 단어에도 그렇지만 9월이라는 말
에 더욱 그렇다. 하루하루가 아깝다. 가을은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이다.
꽃피는 계절에 들떠있던 기분도 가라앉고, 무더위 속에 장마비를 맞으며 생
존의 한계의식에 지배당했던 시간도 지났다. 이젠 차분하게 돌아보고 떨어지
는 낙엽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가을은 왔다. 우리는 잊었던 사랑을 다시 꺼내야 한다. 피곤했던 삶
의 여정 속에서 잠시 덮어 두었던, 아니 덮을 수밖에 없었던 그 소중한 사랑
을 장롱 속에서 다시 꺼내 햇볕에 말리고 보듬어야 한다.
가을에는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목숨을
바쳐 사랑했던 사람을 깊이 느껴야 한다. 그가 떠난 자리를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사랑을 대신할 그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성숙해진 삶의
언저리를 바라보며 가을의 위대함에 고개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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