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서 만난 사랑 ③

첫사랑이 깨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에게 실망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 아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강한 성적 욕망이 곧 사랑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며, 언제나 양면성,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모순된 존재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첫사랑은 대부분 깨진다.

첫사랑의 단계에서는 서로가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 좋아하는 감정,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지는 이유, 그 사랑의 미래에 대해 모른다. 모르기도 하지만 별로 깊이 생각해 볼 여유도 없다.

매우 낭만적인 관점에서 단지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마치 마취제를 맞은 것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에 끌려 들어가고, 그런 환각상태에서 쾌감과 행복을 누리려고 소망한다.

이런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냉혹한 현실과 부딪힌다. 현실은 사랑의 낭만을 거부한다. 사랑은 거센 풍랑과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배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물론 내면의 소리다. 그리고 사랑의 지게를 지지 않고 홀가분하게 전진하는 다른 경쟁자의 모습에서 사랑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사랑을 할 때만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돌아서면 지배력을 상실한다.

첫사랑에는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상호간의 감정의 교류는 무척 피곤한 상태를 유지시킨다. 더군다나 상대가 자신 보다 나은 위치에 있을 때 혹시 변할까봐 노심초사하고 불안해 하고, 의처증과 의부증의 증세를 보이게 된다.

그럴 때에는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사랑에 집착증세를 보인다. 사랑에 대한 집착은 이미 사랑이 아닌 다른 정신적 질환의 초기 단계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북에서 만난 사랑 ⑤  (0) 2020.12.04
페북에서 만난 사랑 ④  (0) 2020.12.04
페북에서 만난 사랑 ②  (0) 2020.12.04
페북에서 만난 사랑 ①  (0) 2020.12.04
함부로 믿지 마라  (0) 2020.12.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