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편지>

겨울이 깊어가고 있어
어디론가 떠나
아주 멀리
이곳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현재의 시간이 정지한 곳으로

우리만 있으면 돼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차가운 공기
맑은 물
뜨거운 사랑만 있으면 돼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열선으로
애증의 강물이 흐르고 있어

언덕 위에 작은 모텔이 있어
풀밭에 피운 화롯불에서
갓 구운 감자를 꺼내
몇 잔의 와인에 취해 봐

우리 사랑은 곧 식을 거야
그래도 서로가 필요한 건
사자가 울부짖기 때문이야

석양이 지는 건
태양이 소멸한다는 거야
존재의 의미는 더 이상 없어

별이 무섭게 뜨는 밤
작은 선박이 폭풍에 파손되어
해변가로 밀려왔어
그곳에 남겨진 사랑의 편지는
우리가 써놓았던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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