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9)

맹 교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측에 강력하게 청원을 해서 사표는 반려되었다.

맹 교수의 자전거 때문에 다리가 부러진 여학생은 그 해 있었던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 출전하려고 비싼 돈을 들여서 코칭을 받고 있었는데, 재수 없게 맹 교수 옆을 지나가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대회에 출전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여학생과 맹 교수는 같은 정형외과를 다니면서 서로 가깝게 되었고, 서로 얼짱이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사고는 천재지변으로서 맹 교수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사고를 계기로 만나서 서로 연인이 되었다는 가짜뉴스가 한 동안 떠돌기도 했다.

원래 제대로 하면 사고를 야기한 맹 교수가 그 여학생의 치료비를 물어주어야 했지만, 그 여학생 아버지가 부동산투기로 돈을 많이 벌고 있어, 여학생 집에서 오히려 맹 교수를 동정하고, 사고처리과정에서 자신을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여학생의 부상에 대해 깊이 마음 아파하고, 자주 만나서 위로해주었던 정상을 참작해서, 여학생 아버지는 맹 교수에게 타고 다니라고 최고 비싼 자전거를 하나 사서 보냈다.

그 자전거는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인데 무려 천만원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자전거를 여학생이 직접 타고 가지고 와서 맹 교수에게 전해 주려고 하다가, 오는 도중 어떤 중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여학생 자전거와 부딪쳐서 또 사고가 났다.

여학생으로부터 핸드폰으로 사고 소식을 들은 맹 교수는 강의를 하다 말고 그냥 뛰어나가 자신의 자전거로 급히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수업을 재미 없게 듣고 있던 학생들은 맹 교수 집에 불이 나서 가족들이 모두 타죽은 것으로 알았다. 아니면 맹 교수가 무슨 큰 죄를 저질러서 집에 검사와 검찰수사관들이 갑자기 압수수색을 나온 것으로 알았다.

그러다가 앞에서 오던 전동 킥보드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맹 교수는 옆으로 나가자빠졌지만 아픈 통증은 잊어버리고 오히려 킥보드로 사고를 낸 깡패 같은 건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곧 출발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 깡패는 자신이 잘못해서 맹 교수의 자전거를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맹 교수에게 무슨 약점이 있는가 싶어서 맹 교수를 붙잡고 음주운전 아니냐고 따졌다.

그리고 사고를 냈으면 킥보드 수리비를 물어내라고 했다. 맹 교수는 기가 막혔다. 화가 나서 당잘 폭행을 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잘못 먼저 때렸다가는 그 깡패의 체형으로 봐서 맹 교수는 갈비뼈 열대 이상은 나갈 것 같았다.

그런데 빨리 여학생에게 가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으므로 맹 교수는 그 깡패에게 현금 10만원을 꺼내주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깡패는 웃으면서 앞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 전동 킥보드가 최우선이니까 진로를 양보하고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 하면서 조심해서 다니라고 훈시를 했다.

맹 교수는 알았다고 하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렸다. 그 깡패를 향해서 뒤로 돌아서 침을 세 번 크게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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