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9)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현은 택시를 탔다. 요새는 카카오택시제도가 생겨서 아주 편하다. 예전에는 콜택시제도만 있어 택시잡기가 다소 불편했다. 특히 퇴근시간에는 아무리 콜을 해도 택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가 알아서 호출지점까지 온다. 오는 택시번호도 뜬다. 정말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지 모른다. 과학기술은 그렇게 날이 갈수록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의식만 그에 못따라가고 있다. 특히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도덕심은 오히려 더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극심한 생존경쟁의 현실에서 삭막해진다. 극도로 이기적으로 변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사회에 대해 냉소적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아주 제한적으로 좁혀진다.

친구도 별로 없고, 대화나 소통도 거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비정한 현실에서도 정현에게 윤석이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삭막한 거대도시인 서울에서 같은 지방출신인 가까운 친구가 있고, 서로 대화가 되며, 수준이 비슷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택시를 타고 남산에 있는 하얏트호텔까지 가면서 정현은 비가 내리는 서울 거리를 보고 있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정말 거대한 도시에서 아주 작은 개미 같은 존재였다.

혼자 아무리 열심히 기어다녀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전혀 띌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거인의 발에 밟힐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낯선 곳에서 개미는 혼자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루 하루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것 같고, 무엇인가 개미가 해야 할 일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쏟고 있는 형국이었다.

개미는 원래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데, 정현은 혼자 떨어진 외톨이 개미였다. 모두가 낯선 사람들로서 도시의 이방인이었다. 만일 개미가 꺼진 땅속으로 추락하거나, 물을 뒤집어쓰고 헤어나지 못해도 개미를 도와줄 존재는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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