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어둠>

늦은 가을 밤
깊은 상념에 잠 못이루고
눈을 감으면
환한 공간 속
그리움이 맴돈다

밖을 보면
캄캄한 밤의 빛
고요와 은둔을 만드는
어둠만이 있다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수은등에 걸려 있고
창백한 철학자는
횃불을 든 채 서 있다

한밤의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본다
어둠을 밝히려는
정의의 기사가 말을 달린다
흑색의 순수 속에서
순백의 빛을 본다

동이 틀 때까지는
먼 산을 응시하여야 한다
가장 진한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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