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각>

별이 흐르는 밤에는
바람도 멈추었다
서로의 이름을 불렀던 초원에는
향기 짙은 낙엽이 날리고 있다

밤새 눈이 내렸다
빛이 바랜 낙엽을 덮으며
하얀 눈은 낡은 사랑을 보낸다

힘들게 저항했지만
모진 운명 앞에서
눈물조차 보일 수 없었던
사랑했던 추억들
우리는 그 추억을 추상이라 부른다

이제 사랑은 없다
사랑했던 그림자만 남아
뿌연 하늘에 재를 뿌린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었다
사랑의 진실은 계절을 초월한다

눈이 내리는 오후
낯선 방황이 시작되면
떠나간 사랑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기나긴 침묵이 시작된다

옛사랑은 천 길 아래로 추락하고
형체만 남은 기억들은
삶의 흔적을 짓밟은 채
저 강을 건넌다
망각의 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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