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9)
명훈 아빠는 변호사와 함께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사전에 검사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변호사와 며칠 동안 수사에 대비해서 준비를 했다. 검사가 물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사항을 변호사가 미리 만들어 명훈 아빠에게 묻고 이에 대해 답변 연습을 했다.
변호사는 법률을 전문적으로 공부했고, 더군다나 검사생활까지 했기 때문에 익숙한 일이지만, 명훈 아빠는 사업만 하고, 술이나 먹고, 여자들과 연애만 했기 때문에 막상 수사에 대비해서 변호사와 예행연습을 하려고 하니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을 물을지도 몰랐고, 핵심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들어도 잊어버리고 횡설수설하게 되었다. ‘누가 투서를 한 걸까?’ 압수수색을 당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든 것은 업계의 관행이었다. 주변에 비슷한 경쟁업체도 다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모든 법을 다 지키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철저하게 법을 지키고, 모범적으로 하게 되면, 곧 바로 다른 경쟁업체에 밀려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때로는 편법으로, 때로는 불법으로, 때로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훈 아빠는 다른 사람들 다 그러는데, 왜 하필 나만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원망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그런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는 없었다. 그리고 꼭 명훈 아빠만 당하는 것인지도 불명확했다.
“지금부터 조사를 하겠습니다. 편의상 사장님을 피의자로 호칭하겠습니다.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진술을 거부하겠습니까? 그리고 변호사가 조사에 참여할 것입니까?”
갑자기 피의자라는 호칭이 나오자, 어리둥절했다. TV에서 ‘피고인(被告人)’이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봤다. 피고인이란 재판받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수사관은 갑자기 피고인이라고 하지 않고, 피의자(被疑者)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 의미를 물어볼 상황도 아니었고, 이유도 없었다.
일상의 대화에서 이렇게 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보통은 상대방을 ‘선생님’ ‘아주머니’ 이렇게 부르지, 전혀 관계 없는 피의자라고 이름은 빼고 부른다는 것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진술하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온 변호사님이 참여할 것입니다.”
“피의자는 명태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하청을 주고, 나중에 리베이트로 2억원을 돌려받은 사실이 있지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리베이트를 받을 사실이 없습니다.”
“명태주식회사로부터 피의자 개인계좌로 2억원이 들어온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요?”
“그건 제가 일시 자금이 필요해서 빌렸다가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돌려 준 증거는 있는가요?”
“현금으로 돌려주었기 때문에 증거는 없습니다.”
“명태 대표이사는 리베이트로 2억원을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돌려받은 사실은 없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저는 돌려준 것이 확실합니다. 그 사람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명훈 아빠는 명태주식회사 사장이 이미 다 진술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왜 조사받은 사실을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리베이트로 주었다고 자백을 했을까? 그럴 사람이 아닌데...’ 명훈 아빠는 명태 사장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면서 회사 이름이 ‘명태’라 재수가 없어 그렇다고 생각했다. 회사 이름을 왜 하필이면 명태라고 지었을까? 차라리 ‘동태’라고 하지? ‘동태’면 살아있는 기분인데, ‘명태’는 꼭 죽어있는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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