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8)

지현은 명자와 이런 저런 상의를 했다. 뱃속에 아이는 하루 하루 자라는데, 빨리 결론을 내려야했다. 명훈 엄마 태도를 봐서 절대로 결혼은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명훈 역시 지현을 싫어하고, 애만 뗄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좋을까? 두 사람 머리로서는 도저히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현은 명자에게 정숙이를 만나서 같이 상의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아무래도 돈 많은 정숙이 발도 넓고,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으니, 두 사람은 정숙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정숙을 만났다. 정자는 은영의 설명을 다 듣더니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아주 좋은 기회야. 무조건 아이를 낳는다고 통보하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마. 전에 이런 비슷한 케이스를 봤어. 어떤 돈 있는 집안에서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어. 그 아들이 술집에 나가는 여자와 연애를 했는데 임신을 한 거야. 남자는 전혀 몰랐어. 그런 사실을. 여자는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계속 만났어. 병원에서 임신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남자의 아이라는 확신이 들자, 남자에게 말했어.”

“아이를 낳아서 혼자 키우고, DNA검사를 해서 가정법원에 친부확인소송을 걸어서 판결을 받은 다음, 당신의 가족증명부에 자식으로 올려놓고, 양육비를 19세 될 때까지 법으로 받아내고, 당신이 죽으면 자식으로서 재산상속을 받게 하겠어요.”

“당신이 결혼하면 아이와 함께 축하하러 가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사랑하는 신부에게 물어볼 거예요. 왜 우리 아이 아빠와 결혼하느냐고 젊잖게 물어볼 거예요.”

“이렇게 말했더니, 그 남자는 자신의 부모에게 전해주었어. 그랬더니 남자 부모가 큰일 났거든. 아들이 좋은 집에 장가가기도 어렵게 되었고, 양육비를 매달 70만원만 잡아도 19년 동안 물어줘야지, 죽으면 상속권도 있다고 하지, 총각이 호적에 자식이 올라가지. 인생 조지는 거잖아? 그래서 남자 집에서 3억 원을 주고 합의를 했대. 그러자 여자는 아이를 낙태하고 그 돈 가지고 치킨집을 차려서 지금 잘 살고 있대.”

“그러니까 지현이 너도 정말 좋은 기회를 잡은 거야. 네가 그동안 착하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열심히 천사처럼 살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는 것 같다. 그러니까 고민하지 말고 3억 원 받고 합의해줘. 그 사람들 돈이 많다면 즉시 합의할 거야. 요새 3억원은 돈도 아니야. 벤츠 한 대 값밖에 안 돼. 강남에서는 시원찮은 아파트 전세도 못얻는 돈이야. 말로 하지 고 내용증명으로 보내. 놀래서 즉시 합의할 거야. 돈 많이 받으면 우리 셋이서 술 같이 먹자. 옷도 한 벌씩 사줘. 알았지!”

“글세 그게 통할까?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다고 공갈죄로 고소하지 않을까? 집 앞에 가서 일인시위를 할까? 아빠 사무실에 찾아가서 피켓 들고 서 있을가? 엄마 약국에 가서 드러누울까?”
“아냐 일단 기다려 봐. 곧 무슨 연락이 올 거야. 그 남자 집안이 막 사는 사람들이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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