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여자 승무원을 좋아하다가 딸 이름을 잘못 짓게 되다
미경 오빠 말을 들어보니 정말 황당했다. 선상수는 10개월 전에 친구 소개로 방암내를 만났다. 상수는 55살이었는데, 부인이 죽고, 외롭게 혼자 살면서 매일 저녁 술이나 먹고 건강관리를 잘 못하고 있으니까 불쌍해서 고등학교 동창이 여자를 소개해주었다.
58살로 20년 전에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아들 한명이 있었는데, 전 남편에게 보내고 전혀 왕래가 없다고 했다. 몸매가 예쁘고 동안이어서 40살도 안 되어보였다. 다만,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암내 부모가 딸의 이름을 ‘암내’로 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달랐다.
암내 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항공사 스튜어디스를 좋아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어떤 스튜어디스든지 간에 넋이 빠지도록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스튜어디스를 보면, 일부러 자꾸 승무원 호출벨을 눌렀다. 물을 달라고 하든가, 머리가 깨질 것 같으니 비상약을 달라고 했다. 기내식을 먹을 때에는 1회용 고추장을 여러 번 달라고 했다.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고, 또 화장실 문 여는 방법을 모른다고 내숭을 떨면서 승무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도 안에서 인터폰으로 승무원을 호출해서 혼자 힘으로는 문을 열지 못하니 밖에서 열어달라고 했다.
자꾸 귀찮게 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여자 승무원이 오지 않고, 남자 승무원이 왔다. 그때부터는 더 이상 승무원을 부르지 않았다. 꼭 복도석에 앉아 여승무원이 복도를 다닐 때에는 엉덩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오른쪽 다리를 복도쪽으로 내놓아서 여승무원 다리에 닿게 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암내 아버지는 꼭 한국 여승무원에게만 눈독들 들였지, 외국 항공사 여승무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게 다행이었다. 만일 외국 항공사 소속 여승무원에게 그런 식으로 추태를 부렸다가는 성추행범으로 교도소에서 냄새 나는 미국 음식만 먹다가 체중이 절반으로 줄었을 것이었다.
이런 화려한 과거 때문에 암내 아버지는 첫딸을 낳았을 때, 이름을 스튜디어스로 지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그건 너무 부르기가 어렵고 쓰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어로 호적에 올리려고 했더니 구청에서 영어로는 못 올린다고 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승무원을 생각해냈다. ‘방승무원’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약간 이상하다는 긴급여론조사결과가 나와서 아버지는 고민 고민하다가 마침내 가장 근접한 ‘안내’로 결정했다.
‘방안내’로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안’자를 ‘암’자로 신고했다. 그래서 ‘방암내’로 되었던 것이다. 방암내는 이런 우여곡절을 겪어서 이름을 얻었는데 학교 다닐 때에는 친구들이 자꾸 ‘암내야’ 또는 ‘암내’라고 부르면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나는 여자인줄 오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정기인 ‘암컷 개’인줄 착각을 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내’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내’라고 하면, 암내를 부르는지, 자기 자신을 말하는지 헷갈려서 많은 사연이 생겨났다. 가령 학교에서 도난사고가 났는데, ‘내가 도둑질했다’고 하면 말하는 학생이 자신이 직접 도둑질을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내(암내의 약칭으로서 방암내를 가르킴)가 도둑질을 한 범인이다”라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또는 “내가 남자친구와 잠을 잤다”고 하면 대화를 하는 여학생이 잠을 잔 것인지, 내(방암내)가 잔 것인지 모호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방암내도 나중에 스튜어디스가 되려고 학원에도 다녔다.
아버지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국내 굴지의 항공사에 취업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름 때문에 그랬는지 암내는 스튜어디스가 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딸이 승무원 되는 것을 보고 죽으면 원이 없다고 늘 말을 하였지만, 암내는 아버지 소원을 풀어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암내는 그 후 절대로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뿐 아니라 여자 승무원들이 눈에 띄는 공항 부근에도 일체 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암내는 외국 여행을 가지 못하고, 다만 제주도에는 배를 타고 몇 번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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