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6)
여자는 명훈을 믿고 모텔방 의자에 앉았다. 10분쯤 지나 여자가 나가겠다고 하자. 명훈은 갑자기 여자를 붙잡고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안 된다면서 뿌리쳤다. 명훈은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흥분했기 때문에 그냥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그 위로 올라갔다. 여자는 싫다면서 강하게 저항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병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다고 했다. 여자는 에이즈라고 소리치면서 울었다.
명훈은 피임기구를 쓰면 된다고 하면서도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그냥 여자에게 시도했다. 여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술에 만취된 명훈은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고 사태는 여기에서 끝났다.
여자는 명훈에게 욕을 하면서 명훈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명훈은 아직도 술이 덜 깨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술에 취해서 그랬으니 용서해줘요.”
“안 돼, 용서 못해. 신고할 거야.”
여자는 자신의 일행이었던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다. 삼십분 후에 여자 친구가 왔다. 그 친구는 명훈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 그 친구의 파트너와 둘이서 클럽 부근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이라는 전화를 받고, 곧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 그때까지 명훈은 술에 취해 누워있었다.
“아니 이 미친 X 봤나? 너 유부녀를 강간하면 얼마나 징역을 살려고 그랬어? 너 몇 살이나 먹었니? 이 아줌마는 43살이야.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새파란 X애가 자식이 둘이나 있는 엄마뻘 되는 아줌마를 강간했어? 너는 콩밥을 많이 먹고 그 안에서 썩어야 해. 자 빨리 경찰서로 가자. 요 앞에 오면서 보니까 파출소가 있더라.”
명훈은 그때서야 사태의 중대성, 심각성을 인식했다. 옷을 주워입고 물을 마셨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아주머니, 잘못했어요. 죽을 죄를 졌어요. 하지만 안 했잖아요? 하려다가 못한 거예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피해자의 친구는 매우 노련했다. 어느 맥주집으로 데리고 가더니 백지를 얻어다가 사실확인서를 쓰도록 했다.
그리고 핸폰으로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마치 여자 변호사거나 경찰관 같았다. 최소한 법대를 다니고 고시공부를 몇 년은 한 것처럼 법을 많이 알고 있었고, 매우 논리적이었다. 명훈은 평소 자신의 엄마가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지금 이 여자에 비하면 십분의 일에도 못미치는 것이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은 많고, 똑똑한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자 이렇게 써. 내가 부르는 대로. 알았지. 이 강간범아!”
“예. 쓸게요. 근데 저는 강간범은 아니잖아요? 정말 하지 않았다니까요? 그냥 하려고 하다가 술에 취해 못한 거예요. 아줌마,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들어가지 않은 건 맞잖아요? 아줌마가 그거 끼고 하라고 해서 그거 찾다가 그만둔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강간범이예요?”
그러자 여자 친구가 갑자기 명훈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일어나서 멱살을 잡고 파출소로 가자고 했다. 피해자인 여자는 옆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명훈을 노려보는 눈이 꼭 피를 찾는 이리나 늑대 같았다. 무서웠다. 사나운 독사눈이었다.
명훈은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여자를 만나서 성관계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셔봤지만 이렇게 무서운 눈빛에 쏘여본 적은 없었다. 그 눈빛에 오래 쏘이면 심한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명훈의 경험에 의하면,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 때 여자의 눈빛은 대체로 부드러웠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살의(殺意)를 느끼지는 못했다. 몇 대 맞고 나서 파출소 가자는 말에 놀란 명훈은 그 여자가 하자는 대로 쓰기 시작했다.
‘사실확인서, 본인은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에 어디 소재 모텔 몇 호실에서 피해자 OOO을 강제로 억압하여 침대에 눕히고, 피해자의 치마를 걷어 올린 상태에서 팬티를 내린 다음 본인의 OO를 피해자의 OO에 삽입하여 강제로 성교를 하였고, 사정까지 하였습니다. 본인은 본인의 범죄행위로 인한 모든 민사 형사책임을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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