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1)
명훈 아빠는 엄마의 말을 듣고 깊이 생각했다. 여자 아이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잘못 핸들링 했다가는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
이럴 때는 차라리 명훈이 다시 지현을 만나서 잘 지낼 것처럼 제스처를 보이고 설득시켜 낙태를 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명훈이 나이가 어려서 그런 일을 제대로 해낼 지 걱정이었다. 명훈 엄마는 반대였다. 그러다가 더 확실하게 굳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명훈 부모는 오직 명훈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지현은 아무 상관 없는 남이기 때문이다.
지현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동네 교회에 다녔다. 그런데 어머니가 교회 청년부 담당 대학생과 자주 만나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때린 다음, 절대로 교회를 가지 못하게 했다.
그 때문에 지현은 교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교회에서 주는 점심을 얻어먹기 위해 정말 교회에 가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잘못으로 교회를 더 이상 다니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명자가 지현을 강력하게 설득을 시켰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시련을 당하거나, 고통을 당하면 하는 수 없어.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야.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모든 걸 맡겨야 해. 내가 다니는 성당이 있어. 한번 나가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네 문제도 신부님께 상의해 봐. 어떻게 하라고 좋은 말씀을 해주실 거야.”
그래서 지현은 명자를 따라 성당에 몇 번 나갔다. 어느 날 지현은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했다. “신부님. 제가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를 가졌어요. 저는 아이 아빠를 죽도록 사랑해요. 그런데 남자는 저를 사랑한다고 말을 안 해요. 아직 어려서요. 그리고 그 부모는 결사반대해요. 저보고 낙태를 하라고 해요. 신부님. 어쩌면 좋아요.”
신부님은 고민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이 어린 양은 지금 인생의 중대한 위기에 처해있다. ‘낙태를 하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 할까?’
낙태죄에 대해서는 이를 폐지해야 하느냐 하는 논의가 뜨겁다.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 mother)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다. 따라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낙태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형법 제270조 제1항 자기낙태죄의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에 대해서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로마 교황청에서는 아직까지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낙태는 그 자체로 죄악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형법은 여전히 자기낙태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처벌하지 않고 있어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자매님! 가급적 아이 아빠와 결혼하도록 해요. 아이를 낙태한다는 것은 죄악이예요. 생명을 죽이는 거예요. 아이까지 가졌는데, 왜 결혼을 못해요. 그 남자를 잘 설득시켜서 기다렸다가 결혼하는 것으로 해요.”
하기야 신부님이 달리 할 말씀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지현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다. ‘이런 질문을 신부님께 한 내가 바보지. 신부님이 어떻게 알겠어. 내가 내 인생 결정해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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