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1)

시장은 너무 억울했다. 자신이 여자를 다루는데는 그 누구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숱한 여자와 연애를 하고 바람을 피고, 관계를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시장은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으로서 남자도 그렇지만 특히 여자를 보는 안목이 탁월했다.

경목월 시장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을 잘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도 매우 신중했다. 정식 직원으로 계약을 하기 전에 최소한 3개월의 인턴기간을 두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로 그 사람의 인간성을 테스트해보았다. 일부러 돈을 떼어먹을 수 있게끔 어리숙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특히 사람의 관상을 보았다. 사주팔자를 정확하게 물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역학자에게 반드시 검수를 받았다.

만일 그 역학자가 ‘이 사람은 사장님과 맞지 않으니 절대로 쓰지 마세요. 잘못 쓰면 큰일 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경 사장은 반드시 들었다. 가까운 사람이 직원 채용부탁을 해와도, 역학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장관이나 국회의원 청탁도 들어주지 않았다.

사회생활 초기에 함부로 사람을 믿었다가 실패하고 손해를 본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큰 공사를 맡아서 하청을 주는 회사 사장의 관상이 너무 좋지 않다고 해서 그 역학가가 극구 반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너무 크고 아까워서 하청을 주었다가 나중에 10억원의 손해를 보았을 뿐 아니라 리베이트 문제로 그 하청업자가 물고들어가는 바람에 검찰조사까지 받고 하마터면 징역까지 갈 뻔했다.

그 다음부터는 어떤 경우에도 역학가의 말은 곧 진리고 이정표였다. 그래서 기왕에 결혼한 부인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새로 만나 몸을 섞는 여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역학가의 심사가 가장 중요한 선발요소였다.

그래서 신인을 발굴한 경우에는 최우선적으로 그 역학가에게 같이 가서 두 사람의 사주팔자와 관상, 체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과연 두 사람의 개별적인 운세, 인생 전체의 개괄적 운명, 두 사람 사이의 속궁합, 겉궁합 등을 정밀하게 분석을 받았다.

역학가는 두 사람 앞에서는 크게 나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나중에 사장만 따로 만나서 솔직한 감정의견을 제시해주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면으로 상세하게 써서 주기도했다.

시간이 가면서 요령이 생기자 경 사장은 역학가의 설명을 비밀녹음해서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이해하고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고, 나쁘고 악한 사람,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나서 손해를 보지 않고 속을 썪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부녀 과장과의 문제는 정말 재수없는 일이었다. 경 시장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 그 여자가 이상하게 접근하면서 묘한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상은 그 여자 과장의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에서도 경 시장이 여당으로 출마하면 당연히 3선의 시장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가깝게 지내서 나중에 인사상 이익을 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게 된 것이었고, 무능하고 의처증이 심한 과장의 남편에게 제대로 걸린 것이었다. 그리고 시장은 자신에 대한 뒷조사를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세상이 얼마나 투명한지, 시장이라는 자리가 공인이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전혀 달리 사생활이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그 지역의 시민들은 시장의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의 여자관계까지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스캔들이 언론에 한번 노출되면 대상자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먹이를 한 번 문 사자는 사자 스스로 죽기 전까지는 이빨에서 먹이감을 놓치지 않는다. 동물의 본능이다. 비록 자신의 몸이 소멸해도, 한번 문 먹이는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초원의 진리다.

그래서 경 시장은 고지가 바로 저긴데, 안타깝게도 재수 없는 암초에 걸려 하루만에 추락한 것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3. 캠퍼스의 가을 분위기 때문에 고독을 심하게 느끼다  (0) 2021.02.04
작은 운명 (82)  (0) 2021.02.04
작은 운명 (80)  (0) 2021.02.04
작은 운명 (79)  (0) 2021.02.03
작은 운명 (78)  (0) 2021.02.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