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8)

공칠은 그 지역의 시장이나 농협조합장, 교장선생님 등을 선정한 다음, 꾸준히 그들의 뒷조사를 했다. 그런 다음 틈이 나면 대상자들을 미행했다. 공칠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그들의 사생활을 감시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으슥한 데이트 장소를 찾아서 차안데이트 하는 것을 감시했다. 공칠은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완전히 전문가가 되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손바닥처럼 꿰어차고 있었다.

강변 고수부지 가운데 연인들이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하는 곳이 있었다. 공칠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멀리 세워놓고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차량을 살펴보면 차가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포착된다.

그러면 공칠은 매복을 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그 차량에 다가간다. 차안에서 연인들이 카섹스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리고 문을 열게 한 다음, 경찰에 신고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면 카섹스를 하던 남자와 여자는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들 부부 아니잖아!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러면 돼? 청소년들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용서 못해. 잠깐 기다려요. 곧 경찰이 올테니까.”

그러면 차안에 있는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10만원이다. 공칠은 마지 못해 그 돈을 받으며 웃는다.
“나는 이곳 자원봉사환경감시원입니다. 이번만 봐줄테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짓하면 안돼요.”

공칠은 이렇게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은밀한 데이트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카섹스하는 사람들을 단속해서 얻는 수입이 짭짤했다. 하루에 평균 3대를 잡으면 30십만원은 충분히 부수입이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100만원도 받았다. 아마 그 사람은 공무원이거나 학교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공칠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수법도 세련되고, 대담해졌다. 그래서 환경단속직원인 것처럼 복장도 공무원 비슷하게 작업복에 명찰도 새겼다. 물론 이름은 가명이었다. 처음에는 ‘최환경’이라고 썼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서 ‘박공해’로 하다가, 나중에는 ‘문미세’로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공해의 주범이라는 뉴스를 듣고 만든 이름이었다.

하기야 단속되는 사람들은 공칠의 옷만 보고 말지, 이름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여지가 없었다. 대개 눈을 밑으로 하고 공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횄다. 만일 당동하게 공칠의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공칠은 큰소리로 혼을 냈다.
“이 사람이 어디를 빤히 쳐다봐? 혼이 나야겠구면.”

그러면 그 남자는 놀라서 곧 바로 시선을 밑으로 깔았다. 공칠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왜 성관계를 이런 오픈된 곳에서 하느냐? 그건 안 된다.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이다.’

그는 이런 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추운 겨울날에도 매일 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현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문을 열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끝내 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공칠은 하는 수 없이 경찰에 112신고를 했다. 얼마 후 순찰차가 와서 그 차를 인솔해 지구대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관은 공칠이 추운데 고생한다고 격려를 하고 갔다.

어느 봄날 공칠은 해가 진 다음 자신이 감시하는 은밀한 곳으로 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무 뒤에서 데이트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 10시경 검은 에쿠스 차량이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량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공칠은 살금살금 차량 뒤로 다가갔다. 차량 뒷좌석에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하고 있었다. 칠흙같은 어두움이었지만,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적외선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그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공칠은 차량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남자는 창문을 조금 열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공칠은 문을 열라고만 했다. 남자는 문을 열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삼십분 정도 실강이를 하다가 공칠이 용변을 보러 잠시 차 옆으로 간 사이에 차는 급히 출발했다.

마침 오토바이를 가까운 곳에 세워놓았기에 공칠은 그 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5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가서 그 차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 차를 정차시켰다. 공칠의 오토바이 실력은 한국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갈고 닦은 실력때문이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그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내렸다. 그러면서 그 남자는 주먹과 발로 공칠을 때렸다. 공칠은 넘어졌다. 그 사이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는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뛰어갔다.

그 남자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공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면서 그 다음날 만나자고 했다. 공칠은 그 남자가 차도 좋고, 생긴 것도 공무원이나 대학 교수처럼 보여서 믿고 그 차를 그대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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