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택시 기사 실수로 남자 친구와 헤어진 아가씨

 

미경은 전에 미용실 손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여자 손님은 어느 날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 택시 탈 때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를 확인하고 탔다.

한참 가다가 잠이 깨어서 밖을 보니 자신의 집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천국제공항터미널까지 거의 다 가고 있었다. 아가씨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 택시 기사가 나를 외국에 팔아먹으려고 인천공항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그 택시 기사는 추워서 빵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뒷좌석에서 봐서는 나이가 들었는지, 젊은 사람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아저씨, 지금 왜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는 거지요?”라고 큰소리로 물었다. “아니, 손님이 가자고 한 것 아니예요?” “제가 왜 공항으로 가요? 외국 나갈 것도 아닌데? 지금 여권도 없단 말이예요?”

 

두 사람은 지구대까지 가서 택시 요금 때문에 싸움을 했다. 나중에 진상을 조사해보니, 아가씨가 택시를 탈 때 남자 친구가 택시를 잡아주고 아가씨에게 ‘잘 다녀와. 한 달 있다가 봐.’라고 말을 했다.

 

그때 택시 기사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전화로 남자 친구에게, ‘응. 지금 인천공항가고 있어. 잘 갔다올게.’라고 말하는 것을 택시 탄 여자가 말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 드라마 대사를 듣고, 택시 기사는, ‘인천공항요?’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고, 그 여자 손님은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창문을 열고. “예!‘라고 간단하게 대답을 해서 착오가 생겼던 것이다. 모든 것은 여자가 술에 취해 계속해서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 아가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아가씨는 남자 친구를 불러서 따졌다.

 

“당신 때문에 망신을 당했어요. 그때 택시 탈 때, 왜 내 집을 정확하게 택시 기사에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하마터면 인천공항에서 중국행 비행기를 실려갈 뻔했잖아요?”

 

“아니, 그때 당신이 술을 마셨지만 정신이 말짱한 상태였잖아? 그래서 알아서 가는 줄 알았지?”

“어쨌거나 이제 당신과는 끝이예요. 여자의 생명 신체를 그렇게 허술하게 방치해서 위험에 처하게 만든 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어요. 아무리 울고불고 사정해도 나는 어쩔 수 없어요. 나도 당신을 자르는 심정이 매우 고통스럽지만 이럴 때는 단호하게 처리해야 하라는 것이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이예요. 옛날 제갈량도 마속이라는 장수가 위나라 장합에게 크게 패배하자, 제갈량은 군령을 세우기 위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였다고 해요. 이게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건데, 나도 어쩔 수 없어요.”

 

아가씨의 남자 친구가 만일 옛날 역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서 읍참마속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 아가씨를 설득시켜 마음을 돌이킬 수 있었다.

 

그 남자 친구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지내서 아가씨가 갑자기 읍참마속이라는 어려운 문자를 쓰니까 아가씨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아가씨 고향 읍에 있는 참가마 속에 남자 친구를 떠밀어넣어서 목숨을 잃게 하겠다는 뜻으로 알았다.

 

어렸을 때 한번 불에 다리를 데어본 아픈 경험이 있는 남자 친구는 뜨거운 불구덩이 참가마 속으로 들어가느니 아깝지만 여자 친구를 보내고 자신은 불을 좋아하지 않고 대신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취미로 하는 다른 여자를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자는 울고 불면서 자신은 고의가 아니고 단순한 실수였다고 하면서 한번만 용서를 해주면 앞으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고, 아가씨의 행선지를 종이에 써서 기사에게 보여주고 기사가 확실히 알았다는 서명날인을 받아서 자신이 보관하고 있겠다고 다짐했으나, 아가씨는 그런 남자 친구의 모습에서 더 없는 비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가씨 생각은 ‘고의로 알고 짓는 죄보다는 자신이 죄를 짓는지도 알지 못하고 죄를 저지르는 것’이 더욱 나쁘고 피해가 크다는 지론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 아가씨는 조건이 좋았던 남자 친구와 그날로 완전히 헤어졌다고 한다.

 

때로는 남자와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같이 모텔에 가고, 그곳에서 서로가 무엇을 했는지도 불분명한데, 나중에 술에서 깨어난 여자가 ‘분명히 네가 술에 취한 나를 건드렸을 거야!’라고 주장하면, 남자는 억울하지만 준강간죄로 징역을 가기도 한다.

 

서로 술에 취했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여자로부터는 ‘성교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사 동의를 했다고 해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동의했는지 서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미경이 술에 취해 테이블에서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다가 눈을 떠보니, 갑자기 강 교수가 미경의 앞에 앉아 있었다. 강 교수는 일행들과 이야기를 한 다음 술값을 내주고 집에 가려고 하다가 혼자 있는 미경을 발견했다.

 

그래서 조용히 그 앞에 앉아 미경이 술에 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경이 잠에서 깨자 강 교수는 미경을 데리고 부근에 있는 다른 레스토랑으로 갔다. 강 교수와 미경은 분위기 있는 와인바로 갔다. 강 교수는 술이 세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 같았다. 미경은 자신이 교수와 단둘이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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