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5)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판세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처음에는 백상무와 정국영 두 사람이 각축적을 벌였는데, 시간이 가면서 맹공희 교수가 치고 올라왔다. 특히 맹교수는 젊고, 키가 크고, 인물이 좋아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나이 먹은 여자들도 그런 맹교수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

맹교수는 40세의 나이에 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백 후보와 정 후보 진영에서는 너무 나이가 어려서 무슨 시장을 하겠느냐고 코웃음을 쳤다. 50대 후반이나 60살이 넘어야 세상을 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면적은 64만㎢로 한반도의 2.9배, 인구 6,500여만명, GDP 2조7,900여달러로 세계 6위인 나라의 대통령이 될 때 나이가 40세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맹교수는 결코 시장이 되기에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맹교수 지지자들은 이제는 나이 든 사람들은 양로원이나 가 있어야지, 정치나 단체장을 한다고 머리 하얗고, 허리 구부정한 상태에서 옛날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적 대결이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젊은 맹교수를 노골적으로 좋아했다. 그는 음성도 부드럽고 좋아서 아나운서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매사에 완벽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그는 주변에 모든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지역에서 제일 좋은 주택단지 내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경제의 민주화, 서민경제를 부르짖고 있었지만, 자동차는 벤츠를 타도 다녔다. 그것도 빨간 색 벤츠였다. 대학에서도 그래서 학생들은 그를 BR이라고 불렀다. Bentz Red라는 뜻이었다.

대학의 신입생 중 일부는 선배들이 맹교수를 비알(BR)이라고 부르니까,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빌어먹을’이라는 비속어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입생들은 처음에는 맹교수가 강의도 잘 못하고, 인간성이 나쁜 교수인 줄 알고 있다가 시간이 가면서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빨간 벤츠’는 신세대의 성공 신화가 되었고, 젊은이의 우상이 되었다.

맹 교수는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산다고 했다. 그는 강의실에서, “남자가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하면 그 자체가 구속이고, 가정에 매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비록 신부는 되지 못했지만, 독신으로 지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하는 것이 꿈이고 소망이다.”

이런 말을 하는 맹 교수는 학생들에게 신부님처럼 순결한 이상주의자로 비쳤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맹 교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성관계는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위행위 조차도 해보지 않은 신부님 이상으로 고결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다.

맹 교수는 그래서 그런지, 강의시간에도 여학생들과 시선을 맞추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여학생에게 일부러 거리를 두고, 냉냉하게 대했다. 여학생이 교수실로 상담을 하러 와도, 반드시 문을 열어놓고 가급적 짧은 시간 상담하고 돌려보냈다.

그는 효성이 지극한 사람으로도 소문이 나있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를 맹 교수가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45살 늦은 나이에 어렵게 맹 교수 한명을 늦둥이로 나아서 애지중지 키웠다.

올해 85세인데, 맹 교수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5년 만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아버지는 그래서 적지 않은 유산을 남겨놓고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숨겨놓은 자식들이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할까 봐 몇 년 동안은 아주 노심초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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