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6)

맹 교수는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산다고 했다. 그는 강의실에서, “남자가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하면 그 자체가 구속이고, 가정에 매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비록 신부는 되지 못했지만, 독신으로 지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하는 것이 꿈이고 소망이다.”

이런 말을 하는 맹 교수는 학생들에게 신부님처럼 순결한 이상주의자로 비쳤다. 맹 교수는 그래서 그런지, 강의시간에도 여학생들과 시선을 맞추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여학생에게 일부러 거리를 두고, 냉냉하게 대했다. 여학생이 교수실로 상담을 하러 와도, 반드시 문을 열어놓고 가급적 짧은 시간 상담하고 돌려보냈다. 그는 효성이 지극한 사람으로도 소문이 나있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를 맹 교수가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45살 늦은 나이에 어렵게 맹 교수 한명을 늦둥이로 나아서 애지중지 키웠다. 올해 85세인데, 맹 교수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5년 만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아버지는 그래서 적지 않은 유산을 남겨놓고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숨겨놓은 자식들이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할까 봐 몇 년 동안은 아주 노심초사했다.

다행이 아버지는 바람은 많이 피웠어도, 재수없게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그런 점에서는 아버지를 높이 평가했고, 존경했다.

주변에는 별로 재산도 없는 남자들이 무능력한 여자들을 건드려, 이른바 혼외자를 만들어서 깨끗해야 할 호적을 더럽혀놓고, 자식들간에 불화를 일으키고, 부인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천당도 가지 못하고 지옥에 떨어지는 불행한 사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맹교수의 어머니는 나이 50에 소위 말하는 과부가 되었다. 사실 과부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나이 들면 대부분 남편이 먼저 죽는데, 좀 젊은 나이에 남편이 죽었다고 50살이 된 여자보고 ‘과부’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을리 없다.

이혼해서 그렇건, 사별해서 그렇건, 남편이 없고 혼자 사는 여자는 그냥 여자일 뿐이다.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전직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건 이해가 가지만, 영부인을 죽을 때까지 전직 대통령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맹교수 어머니의 지론이었다.

맹교수 어머니는 남편이 죽고 나서, 아들을 키우면서 커피숍을 했다. 뒤늦게 커피 배리스터 자격을 따고, 커피에 연구를 했다. 남편이 남겨 놓은 돈으로 가게를 작게 오픈했다.

그 가게는 지금 맹교수가 재직중인 대학교 정문 앞에 있었다. 비록 나이는 50살이었지만, 비교적 동안이었고, 아담한 몸매에 지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 든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대학 앞인데도 시간이 가면서 젊은 학생들은 잘 오지 않고, 나이 먹은 대학 교수나 부근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주된 단골이 되었다.

맹교수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어려워서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혼자 꾸준이 책을 보고 연구를 해서 문학이나 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누어보면, 미국 유학을 3년간 엉터리로 다녀온 사람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고, 교양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좋아하는 대학 교수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강의가 끝나면 커피숍에 와서 서너시간씩 혼자 않자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실상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 주인인 맹교수 어머니를 지켜보거나 감상하는 것이었다.

젊은 대학생들의 관점에서 보면, 50살이 넘은 아주머니를 뭐가 좋다고 몇 시간씩이나 옆에서 보고 있느냐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남자와 나이 든 여자 사이에는 그런 묘한 감정의 기류, 전기가 통하는 모양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던 맹 교수 어머니 옥자씨도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움직여갔다. 특히 대학 교수라는 추상적인 관념의 이미지에 이끌린 것같다. 그녀는 마침내 60살이 된 교수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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