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8)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 싸움을 하면 대부분 말리는 사람이 있게 되고, 더 싸움이 계속되면 누군가 경찰에 112신고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싸움은 끝이 나고, 더 이상 피해는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부부싸움은 다르다. 말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만일 한쪽이 수그러들지 않고 죽기 살기로 대들면 싸움은 계속되고,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가끔 신문을 보면,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홧김에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남편이 아내를 실컷 두들겨팬 다음 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가 아내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도 있다. 그래서 부부싸움은 위험한 것이다.
결국 미경은 결혼생활 10년 만에 마침내 이혼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건달이 쉽게 협의이혼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변호사를 선임해서 10개월만에 겨우 이혼판결을 받았다. 이혼하면서 그때까지 번 돈 절반도 빼앗기고 말았다.
미경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도대체 법도 법이 아니었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남자를 잘못 만나서 10년간 고생을 했는데, 무엇 때문에 재산을 분할 당하고, 이혼녀로 낙인이 찍힌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혼소송을 하면서 느낀 것은 판사들은 남의 아픈 마음을 전혀 헤아릴 의사가 없는 것같았다. 매우 기계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여자가 고생해서 번 돈과 남자가 번 돈을 아주 똑 같은 잣대로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미경은 이혼을 한 다음, 한 동안은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미용실에 단골로 오는 남자손님들도 이상하게 싫었다. 마지못해 남자 손님의 미용을 해주어도 속으로는 남자라는 동물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이 일었다.
그러다가 또 1년 정도 지나자 미경은 옛날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남자를 만났다. 이상하게 남자답게 거친 스타일에 쉽게 빠졌다. 미경이 넘어가는 남자들은 대개 이랬다. 별로 돈도 없고, 사회적 능력은 부족해 보이는데, 겉으로 매우 의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호감이 갔다.
그리고 여자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남자를 좋아했다. 머릿속은 비어 있는데, 술을 마시면 눈물을 흘릴줄 아는 남자, 여자가 속상해 하면 끝까지 옆에 있어주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걱정해 주는 남자, 그리고 운동을 좋아해서 근육이 튼튼한 남자, 골프에 미친 남자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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