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7)

강교수는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인생의 목표가 오직 돈과 출세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여자도 추가되었다. ‘돈과 출세, 여자’ 이 세가지를 누릴 수 있는데까지 누려야겠다는 야망을 가졌다. 그러면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강교수는 자신이 좋지 못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전임강사에서 교수가 된 다음부터는 학교에서 강의를 열심히 하거나 연구를 더 한다기 보다는 외부로 나아가 일반 기업체의 자문역할이나, 사회적 활동을 많이 했다.

그리고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나가 얼굴을 많이 알렸다. 그런 까닭에 오직 교수로써 외골길을 걷는 다른 교수들에 비해서 유명해졌고, 능력이 있는 것으로 과대포장되었으며, 경제적 수입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여자들이 따르게 되었고,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괜찮은 여자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강교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교에서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6개월 코스인데, 지역 사회에서 돈이 있고, 괜찮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남자와 여자가 섞여있는데, 여자들 역시 비즈니스를 하거나 사회적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최고경영자과정은 학문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사교모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 들어온 선미경사장이 있었다. 당시 강교수가 45살이었고, 선사장은 50살이었다. 선사장은 미용실을 경영하는 원장이었다.

나이는 5살 위 연상이었지만, 선사장은 미용사로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외모나 몸매는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골프도 잘 쳤다.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소문도 있었다. 강교수가 먼저 선사장에게 집적거렸다. 선사장은 가방끈이 짦아서 그랬는지, 대학 교수라고 하니까 무조건 존경하고 좋아했다.

그때까지 선사장은 이혼한 전남편도 건달이었고, 그 후 만난 몇 명의 남자들도 모두 건달들이었던 모양이었다. 여자가 미용사로서 돈을 벌고 있으니까, 처음 남편도 부인에게 기대는 마음 때문에 그랬는지, 골프나 치러다니고, 하는 사업마다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잘 나가는 부인을 두고 있는 처지에서 느는 것은 폭력과 의처증이었다.

전 남편은 술이나 마시고, 와이프의 뒷조사나 하러 다녔다. 의처증은 참 무서운 질병이다. 남편은 심한 콤플렉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경을 의심했다. 새 옷을 사가지고 들어오면, 어떤 놈이 사준 것이냐고 밤새도록 들볶았다. 미경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긁은 것이라고 영수증을 보여줘도 소용없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 X이 지 카드로 사줬겠어? 당연히 당신 카드로 긁게하고, 현금으로 당신 주었겠지.’ 그러면서 핸드폰의 통화기록을 확인하였다. ‘분명히 여러 차례 통화를 했겠지? 그리고 카톡을 했을 거야. 그런데 내가 볼까봐 집에 들어오기 전에 다 지웠을 거야? 누군가 말해! 그 X이 돈이 많은 X이야?’

이러면서 수사관처럼 밤새도록 신문을 하면, 미경은 그 다음 날 피곤해서 일도 제대로 못했다. 그리고 맞기도 많이 맞았다. 의처증이 심해지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프로세스다.

그런데 부부 사이의 폭력은 폐쇄된 공간에서 시간의 제한 없이 이루어지는 무한게임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보통 싸움은 밖에서 이루어지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싸움이 벌어지면, 자연히 싸움을 구경하는 구경꾼이 모이게 된다. 남들이 싸우는 것을 보는 것처럼 재미 있는 일은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묘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 싸움을 구경하는 것, 불구경을 하는 것, 교통사고가 나서 부서진 자동차를 보는 것, 다른 사람이 사업하다 망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 정치인이 잘난 척하다가 감방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사회 저명인사가 위선을 떨다가 가면이 벗거지고 추락하는 것을 보는 것, 바람둥이가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아주 좋아하고, 쾌감을 느끼고 즐긴다. 자신의 작은 행복보다 더 큰 위안을 주고,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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