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재회>

1. 남자 A가 여자 B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그 편지를 읽으면서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다. 사랑이란 영원한 화두다. 누가 사랑 없이 살 수 있다고 했던가? 누가 사랑하지 않아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던가? 사랑은 삶을 가치 있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며 삶의 향기임에 틀림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편지를 여기에 소개한다.

사랑하는 B에게!

당신 때문에 무척 행복했어요.
아주 오래 전 당신을 좋아했던
한 남자가 꿈속의 연인을 품에 안았어요.

사랑이란 바로 이런 거예요.
서로 좋아하고 믿으면서
푸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우린 그런 사람들이예요.

인연이 닿지 않아 헤어졌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음은
커다란 행복이었어요.
깊어가는 가을의 낭만이고
우리들의 운명이라고 믿어요.

당신이 변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어요.
당신과 다시 연락이 되어
예전처럼 당신을 좋아했고
이렇게 만날 수 있어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어요.

옛날과 달리
이제는 당신을 품어야겠다고
용기를 냈어요.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곳은
우리만의 공간이었어요.
옛 추억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었어요.

지금도 눈에 선해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그곳.
주변에는 나무들이 가득 차있고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밟히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확인하고
아픔과 슬픔을 뒤섞었어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마주보고 있었어요.
당신은 그 아름다운 얼굴로
내게 다가왔어요.
꿈결 같았어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었음을 알아요.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잊지 않았고,
애틋함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사랑해요.
아주 많이 많이.
그리고 앞으로 더 사랑할 거예요.
우리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빛을 한곳에 모으도록 해요.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이
서로의 영혼을 감싸고
환하게 비추도록
두 손을 꼬옥 잡고 기도해요.

사랑해요.
영원한 내 사랑.

2. A가 보낸 편지를 받은 여자 B도 A에게 편지를 썼다. 잃어버렸던 사랑을 다시 찾은 여자는 감격했다. 오랜 세월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던 사랑. 그 사랑 때문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면서 서글픈 운명을 헤아려야 했던가? 그러나 서로의 사랑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운명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수면 아래 숨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현실은 현실이었다. 그들은 사랑은 반드시 현실과 부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사랑하는 A에게!

내 사랑, 내 분신이여.
당신은 처음부터 내 사람이었어요.
우리는 헤어질 수 없었어요.
운명이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서로는 아픈 세월을 붙잡고 있었어요.

그때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어요.
좋아하면서도, 사랑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인지
모르면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 어리석음 때문에
소중했던 청춘을, 순수했던 열정을
서로 다른 곳에 바쳤던 거예요.

이젠 알아요.
우리의 만남은
새로운 삶의 터전인 것을
영혼과 영혼의 쉼터인 것을
무너지지 않는 사랑의 금자탑인 것을.

오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장미꽃잎을 강물에 수놓아요.
서로의 이름을 화석 위에 써놓아요.

깊어가는 가을에
우리는 다시 만났어요.
가을이었기 때문에
더욱 슬펐어요.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에도
낙엽은 날리고 있었어요.
그 옛날 은행잎을 밟던 생각이 나요.

끝내 눈사람을 세웠어야 했어요.
눈보라가 불어도
아무리 손이 시렸어도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우리가 손을 호호 불면서
함께 만들던 눈사람이 생각나요.
마지막 눈을 그리지 못했던
그 안타까운 형상.

이젠 아무 미련도 없어요.
우리 사랑을 확인했기에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기에
더 바랄 나위 없이 행복해요.

내 사랑이여.
당신의 행복을 빌어요.
사랑해요.

3. 남자와 여자는 다시 만났고, 사랑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다. 깊어가는 가을처럼 사랑은 성숙했다. 철부지 시절의 사랑이 아니었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거친 풍랑이 닥쳐와도 새로운 사랑은 가슴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사랑이란 오랜 세월의 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 사랑의 향기가 가을의 향기 되어 날리고 있었다. 서로를 껴안고 그들은 울었다. 야속한 세월이 밉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아왔고, 다시 재회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더욱 단단해진 껍질을 인정하면서 더욱 따뜻해진 사랑의 온기를 나누어 가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바랬다. 가을은 첫사랑의 재회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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