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체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것일까? 사랑을 개념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어로 사랑의 실체를 정확하고, 완벽하게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사랑을 생각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떤 한 사람을 떠올린다. 그 사람의 얼굴, 눈빛, 표정, 미소, 신체, 말하는 것이나 행동, 심리상태 등을 생각한다. 그 사람을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 보고 싶어하는 것, 그 사람과 신체적 접촉을 하고 싶은 욕망, 또는 과거에 같이 행동하고 껴안고 성관계를 했던 기억 등을 포괄적으로 사랑이라는 카테고리에 담을 수 있다.
사랑이란 두 사람이 서로 가깝게 느끼고, 같이 무엇인가 하고, 서로 아끼고, 보호해주고, 서로 힘을 합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성적인 접촉과 성행위를 통해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련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말한다.
사랑은 나와 너의 관계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때문에 당연히 시간적 영속성을 전제로 하며, 사랑의 현상과 내용은 그때그때 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반드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므로, 사랑은 두 사람이 대향적인 관점에서 서로에게 주고받는 정신작용과 육체작용을 통해서 사랑의 의미와 내용을 느끼고 확인하여야 그 존재를 인정받는다.
사랑은 단순한 육체적 성적 결합을 초월한다. 에로티시즘을 넘어서는 정서적, 육체적 쾌락과 흥분, 열정으로 인한 감정의 마비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므로, 두 사람에게는 삶에 있어서 진정한 고뇌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사랑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창조해내는 신비스러운 감정이며 정서적 감동상태이며, 동시에 공감하는 악기의 선율이다. 때문에 사랑을 통해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육체적 반응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생리적 차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일치하거나 매우 근접한 상태로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 두 사람은 각자의 조건과 환경, 신체적 특성에 따라 개별적인 작용과 반작용을 하는 것이며, 사랑에 대한 이해와 개념 규정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이 경험하는 사랑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개별적이며, 개인적이며, 주관적이고, 독자적이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개인이 경험하는 사랑의 내용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고, 특히 상대가 다른 경우에는 전혀 다른 사랑의 체험을 하는 것이다.
한 개인이 체험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있어서, 그가 성장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이 달라지면서, 사랑의 체험의 결과와 내용, 형태, 강도 등은 모두 다르고, 어떤 경우나 동일한 것은 거의 없다.
사랑은 인간의 성적 욕구와 사랑에 대한 갈망과 의지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사랑의 필요조건이기도 한다. 인간이 늙거나 병이 들어 건강하지 못하거나,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하면 그 사람은 다른 이성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 물론 섹스 이외에 정신적인 사랑을 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형태의 사랑은 우리가 논하는 범주에서 벗어난다.
또한 사랑은 사랑에 대한 갈망과 의지를 전제로 한다. 사랑하려는 생각과 마음가짐,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랑에의 욕구는 두 사람 모두에게 존재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랑을 강요하는 것이거나, 일방적인 짝사랑이거나, 단순한 스토킹에 불과하여 완전한 사랑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인간의 사랑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약을 가하고,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여야 할 때도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드물고, 설사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해도, 사랑으로 연결시키는 구애활동이 쉽지 않다. 잘못하면 성범죄자로 오해를 받거나, 스토커로 신고가 될 위험도 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개념이 다르고, 상대를 선택하는 기준이 서로 다를뿐 아니라 서로 눈높이가 따로따로 높기 때문에 하향조정해서 합의하는 것이 어렵다.
동일한 사람이 경험하는 사랑도 마찬가지다. 처음 사랑을 할 때에는 성적 욕구가 강하다. 물론 정신적 사랑도 동반하는 것이지만, 섹스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일단 섹스를 한 다음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면, 3년쯤 지나면 섹스가 싫증이 나고,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한계이며, 약점이다.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이다.
사랑은 두 사람의 사랑의 욕구가 합치하는 접점에서 확인되며 존재한다. 사랑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동하며, 방황한다.
현대사회는 하나의 사랑과 다른 사랑이 겹치는 지점이 많다. 이것은 애정의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매우 혼란스러운 행태를 보여준다. 두 가지 사랑 모두 사랑은 사랑이다. 다만, 사랑의 본질상 겹쳐지는 사랑은 빛의 초점을 상실한다.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사랑은 결국 추락하고, 남는 것은 사랑의 초라한 흔적뿐이다.
사랑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보존되는가? 사랑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은 절대로 원형대로 유지되지도 않고 보존되지도 않는다. 사랑은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두 사람만의 고유한 내적 감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희미해지고, 동질성이 유지되기 어렵다.
몇십년 전에 사랑했던 사람과 있었던 추억을 더듬어보면, 너무 희미하고, 아련해서 마치 봄날 아지랑이를 손에 잡으려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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