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는 정말 해가 일찍 뜬다. 새벽 5시면 일출을 본다. 늦잠을 자느라고 일출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침 7시에 바다로 나갔다. 아직은 새벽이라 할 수 있다.

 

바다는 벌서 잠이 깨어 있었다. 아니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것 같았다. 새벽이라 그런지 파도 소리가 더 거세다.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밤에 느끼는 두려움 보다는 빛 때문에 그런지 덜 하다.

 

파도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었다. 나는 더 가까이 파도에 다가갔다. 발 밑에서 밀려왔던 파도가 햇뱇에 은빛으로 퍼져 부서지고 있었다. 물에 젖은 모래판 위에 넓게 퍼지는 은빛 물보라. 나는 거기에 빠져 있었다.

 

저 찬란한 물보라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건 깨끗한 마음이었다. 백지와 같은 맑은 가슴이었다. 나에게 그것을 본 받으라는 듯 은빛 물보라는 계속 펼쳐졌다. 나는 그 위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고 싶었다. 곧 사라질 것이지만, 나는 수천번을 되풀이해서 그 이름을 새기고 싶었다.

 

아침 바다는 깨끗했다. 모든 절망과 아픔을 바다 깊숙히 가라앉혀 놓은 것처럼 보였다. 공기는 상큼했다. 물 속에는 산소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산소 때문에 생명의 활기를 느꼈다. 산소 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듬뿍 들어 있었다.

 

경포대 옆 호수는 파도치지 않고 잠잠했다. 그게 바다와 호수의 차이였다. 그건 열정과 냉정의 차이였다. 삶이란 낮과 밤이 다른 것이다. 꿈속과 현실이 상반된다. 잛은 거리를 두고 두 곳에 사는 고기들은 전혀 낯이 설었다. 바다고기와 민물고기는 출발부터 달랐다. 나는 양쪽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사랑이 가진 양면성을 떠올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을 믿었다.

 

7월이지만 바닷가 새벽 공기는 선선했다. 창문을 열고 달리니 그 바람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새벽 바람은 우리 마음 속의 모든 더러움과 가식을 씻어버리고 있었다. 오죽헌을 지나 오면서 강릉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예교사의 역할, 임무  (0) 2005.07.12
병문안을 다녀와서  (0) 2005.07.10
경포대에서 파도를 보며  (0) 2005.07.09
비와 안개, 그리고 사랑  (0) 2005.07.03
까치와 바람, 그리고 사랑  (0) 2005.07.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