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 일정이었는데도 막상 호텔방에 들어가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낯선도시에서 맞는 밤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TV를 틀었다. 못 알아듣는 일본말이 나온다. 채널을 돌리나 한국 방송이 나왔다. 주로 한국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었다.

 

TV를 끄고 나는 동경의 야경을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의 야경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단지 네온사인 글씨가 일본말로 되어 있다는 차이뿐이었다. 번화한 도심지 한복판에서 침대에 누워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불편하게 만든다. 고요한 산속에 앉아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도심지란 무슨 일을 하기 위한 장소다. 비지니스를 하던, 쇼핑을 하던, 사람을 만나던, 관광을 하기 위한 장소다. 그런 곳에서 어떤 인생의 갈 길을 생각해 본다는 건 애당초 무리였다. 잠시도 조용히 있게 놔두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수만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아침 식사때 사람들에게서 들어보니 일행들이 밤에 모여 여행사측에 심한 항의를 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사 일본 영업소장이 협상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가이드 여직원은 울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행들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일행들의 불평은 왜 동경으로 바로 오지 않고 센다이공항으로 돌아왔느냐 하는 것이었고, 센다이에서 동경까지 국내선 비행기로 오는 것으로 알았다든가 버스로도 한시간 정도의 가까운 거리로 알았다는다 하는 점이었다. 또한 버스 에어콘이 잘 안나와서 고생했고, 중간에 신간센을 갈아 타는 과정에서도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돈을 일부 돌려달라는 주장이었다.

 

여행사는 3박4일 일정으로 1인당 89만 9천원을 받았다. 나는 그냥 일행들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하고 나서지 않았다. 가이드 여직원이 불쌍해서 자꾸 불평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버스 에어콘이 시원찮아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곧 바로 기차로 갈아타고 왔고, 기차역에서 더워 고생한 것은 그 기차역 사정이었다. 양쪽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나로서는 어느 편도 들 수 없었다.

 

단체 행동이 시작되다 보니 나중에는 자꾸 에스컬레이터 되었다. 사람들은 주로 그 이야기였다. 여행사측에서는 하는 수 없이 1인당 8만원씩 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상태에서 서울에서 함께 따라 간 가이드 여직원이 입장이 얼마나 어려울까 싶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계속 3일간 더 안내를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여행 이틀째는 선택관광이었다. 나는 늦잠을 자다가 아카쿠사로 갔다. 전철을 타고 20분 정도 되는 곳이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파는 재미있는 시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구경을 했다. 가부키하는 곳은 지금은 어디로 옮겨 구경하기가 어려워 그만 두었다. 퇴근 시간이라 돌아올 때 전철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와 함께 갔던 다른 일행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여행을 할 때는 항상 소지품을 조심해야 한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물건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여행 자체를 망치게 된다. 여권과 항공권, 지갑 등은 항상 조심해야 할 필수품이다.

 

저녁 시간에는 미국에서 온  K 사장을 만났다. K 사장이 내가 있는 호텔 로비로 왔다. 함께 부근에 있는 식당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갔다. 마땅한 식당을 찾기도 어려웠다. 대개의 스시집은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매우 시끄러웠다. 조용하게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기는 곤란했다.

 

생맥주와 오사케를 마시면서 서로 대화를 하다 보니 밤 12시가 다 되었다. K 사장은 다음 날 아침 다시 동경을 떠난다고 했다. 몇 달만에 만나는 것이지만 반가웠다. 주로 외국에서 생활하는 그는 외국 여행에 아주 익숙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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