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는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했다. 어린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부모들을 따라 외국으로 놀러가는 것이다. 팔자가 좋은 아이들이다. 능력있는 부모를 만나 호강하고 사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불공평하다. 부모를 잘 만나 별 고생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생을 모르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비행기는 12시 30분경 일본 센다이 공항에 도착했다. 센다이공항은 아주 작았다. 입국심사를 하는데 외국인들을 직원 2사람이 담당하고 있었다.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무척 인내심을 요했다. 그러나 혼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단체로 간 일행들이 있으니 참을만 했다. 줄을 선 일부 사람들이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난 담당 공무원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센다이 공항에서 곧 바로 기다리고 있던 관광버스를 탔다. 35명이 한 버스로 움직였다. 한국에서 따라간 여자 가이드 직원이 동행하고 있었다. 가이드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우리야 관광을 가는 것이지만, 직원은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과 노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버스의 특징은 천정에 샹들리아 처럼 멋있는 장식등을 몇 개 달아놓고 있었다. 나름대로 실내를 우아하게 꾸며 놓았다. 버스는 센다이에서 동경을 향해 달렸다. 아름다운 7월의 무성한 나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센다이에서 동경까지는 5시간 정도 버스로 소요된다고 했다. 모든 것을 잊고 푸근한 마음으로 버스 여행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한 시간쯤 가면서 버스 에어콘이 제대로 작동이 안되어서 버스 안이 무척 더웠다. 일행들이 가이드 직원에게 항의를 했다. 도대체 이렇게 더워서 어떻게 계속 동경까지 타고 가겠느냐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 들이 있다 보면 항상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더워도 그냥 속으로 불평하면서 참고 가는데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항의를 했다.
그러자 가이드는 본사와 일본 내 영업소에 연락을 취했다면서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사람들이 불평은 계속되었다. 두시간 쯤 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어느 기차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신간센을 탔다. 기차를 타려고 역에서 30분 정도 기다리는데 그곳도 에어콘 시설이 안되어 무척 고생들을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캔맥주를 하나 사서 마셨다. 기차는 2층으로 되어 있었다. 달리는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어느듯 해가 지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배행기를 타고 가는 것과 달리 기차여행을 하면 또 다른 느낌을 가게 된다. 주변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기차길 옆에는 집들이 많이 늘어서 있었다. 특히 역 주변에는 더욱 그랬다. 내가 어렸을 때 철도길 옆에 살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차길 옆에 사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묘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끔 잠을 깨워 곤혹스럽기도 하겠지만, 드물게 달리는 기차를 보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 같다. 어딘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차가 마침내 동경에 도착했다. 동경 시내에서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우리가 간 식당 주변에는 한국 식당이 많이 있었다. 코리안타운 같기도 했다. 메뉴는 김치찌게 백반이었다. 처음 어울리는 일행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어색했다. 서로 특별히 할 말도 없는 상태라 그냥 식사만 조용하게 하고 나왔다.
저녁 식사 후에 동경 신도청 전망대로 갔다. 동경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신주쿠 중심에 위치한 높이 243미터, 45층으로 된 전망대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구경을 하였다. 동경 시내는 불빛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45층에는 카페가 있었다. 흑인 남자 한 사람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블랙러시안을 한 잔 마시면서 그 피아노 연주에 심취해 있었다.
전망대 주변에는 몇 사람의 노숙자들이 도로변에 누워 있었다. 바지를 입고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측은해 보였다.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었다. 그 자동차 매연을 마셔가면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의 운명이란 저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매우 숙연해졌다.
도시에는 항상 낙오자가 눈에 띈다. 도시의 고독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힘든 경쟁에서 뒤떨어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고독한 존재들이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고 스스로 두꺼운 껍질을 쓰고 침묵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에 비추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몹시 냉소적일 거라는 추측이 든다.
우리가 머물 아카사카 엑셀도큐호텔에 도착했다. 일부 사람들이 방에 들어가지 말고 모여서 회의를 해야 한다고 남으라고 했다. 나는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방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모여서들 여행사에 항의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찾아 떠난 길 [4] (0) | 2005.08.01 |
---|---|
나를 찾아 떠난 길 [3] (0) | 2005.07.31 |
나를 찾아 떠난 길 [1] (0) | 2005.07.31 |
새 컴퓨터 (0) | 2005.07.27 |
서울의 야경 (0) | 2005.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