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무언가에 매달려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영혼은 어디를 떠도는지 모르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머리를 비어놓고 자신의 영혼을 찾아야 한다. 영혼이 외롭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는 영혼은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더운 여름 날, 나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인천공항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제는 예전 같은 감흥은 없다. 그냥 시외버스터미널처럼 느껴진다. 다만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사실밖에 다른 차이는 없다. 비행기 여행은 수속을 밟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어도 2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외국 여행의 불편함은 이런 시간 소모에 있다. 출국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다려야 하고, 줄을 서야 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어 공항버스를 탔다. 1인당 7천원이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88올림픽도로는 막히지 않았다.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휴가철일 뿐 아니라 테러 때문에 보안검색이 까다로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출발시간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주의사항 때문에 무려 3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사에서 직원들이 나와 티켓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단체관광에서는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는 동그란 표찰을 나누어 주었다. 잘 보이는 곳에 붙이고 있으라고 했다. 나는 말 잘듣는 학생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여행 일정표를 나누어주고 지정된 시간에 탑승하라고 하면서 탑승권을 주었다. 모든 절차를 여행사에서 밟아주고 있어 매우 편하게 느꼈다. 개개인이 따로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단체가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공항은 생각보다는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보안검색대를 지나 출국심사를 마치고 안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면세점을 구경하고 다녔다. 늘 그렇고 그런 물건들이 보였다.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도 없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아는 사람을 세사람이나 만났다. 세상은 넓은 것 같으면서 좁다. 다들 외국으로 출장을 가거나 휴가를 간다고 했다. 정말 국제화시대가 되었다. 외국 나가는 일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국제화가 된 것이 그렇게 오랜 일은 아니다. 88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사람은 외국여행을 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공무원 신분의 사람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휴대전화를 국제로밍하면서 전화기를 빌렸다. 내 기종은 일본에서 로밍이 안된다고 한다. 몇 달전에 새로 산 것인데 왜 로밍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살 당시에는 그런 걸 확인하지 않았다. 옛날 기종도 일본에서 로밍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산 기종은 더 신형이라 당연히 될 줄 알았다. 물건을 살 때 신중해야 하고 하나 하나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골치 아프게 되는 것이다.

 

로밍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람들이 많아 번호표를 뽑아 오래 기다려야 했다. 휴대전화를 빌려주는데 아주 중고 제품이다. 다른 사람들이 쓰다 버린 것을 가져다가 빌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내 것을 두고 다른 것을 빌려다 쓰는 기분이 그런 것이리라고 생각되었다.

 

오전 10시 20분 마침내 나는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다. 아시아나 조종사들이 파업을 한다고 하는데 막상 내가 탄 비행기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못느꼈다. 주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다닌 나로서는 정말 모처럼 아시아니 비행기를 탄 것이다.

 

비행기는 예정대로 출발했다. 나는 하늘을 날면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몸과 마음을 아주 가볍게 정리해 보고 싶었다. 과연 3박 4일의 짧은 여정을 통해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기는 했다. 기러기가 천리를 날아간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싶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기러기가 아니다. 내 의지를 통해 무언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하면서 나는 비행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면서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과연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나는 어떤 존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나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취고 있는가?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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