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저녁 시간에 밖으로 나왔다.
강동구 둔촌동 재래시장으로 갔다. 재래시장의 훈훈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오랫만에 가 보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장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시장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래서 구경거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떡집도 많이 늘었다. 대부분이 먹는 장사다. 수 많은 종류의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 다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잘 되는 집도 있고, 손님이 거의 없는 식당도 많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양말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양말 한 컬레에 1000원 짜리와 1300원짜리가 있다. 1300원짜리 10컬레와, 등산용 양말 6컬레를 사니 모두 23000원인데 1000원을 깍아 준다고 한다. 깍아 준다는데 굳이 괜찮다고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22000원을 냈다. 등산용 양말도 6컬레에 만원이다. 매우 싸다.
떡집에서는 송편을 많이 만들어놓고 팔고 있었다. 예전에 집에서 솔잎을 따다가 송편을 빚어 찌던 때가 생각났다. 대전에 살때까지만 해도 산에 가서 솔잎을 따왔다. 그런데 서울생활에서는 솔잎을 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송편 냄새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다가 목포 홍어집이 있어 들어갔다. 삼합을 시켰다. 주인이 식당 밖에다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비가 올지 모른다며 위에도 천막을 쳐주었다. 동동주와 곁들여 홍어요리를 먹었다.
옆집에서 숯불을 펴서 요리를 하는 돼지불갈비가 맛있게 보여 2인분을 시켰다. 푸짐한 상을 차려놓고 술을 마시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한가위 기분을 거기서 낸 것 같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텐트를 쳐놓아 괜찮았다. 더욱 운치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E Mart를 들렀다. 사람들이 많았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KBS 1 TV에서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를 시작하고 있었다. 옛날에 보았지만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영화다. 다시 보았다. 1966년 아카데미영화상에서 각본, 감독 등 5개 부문 수상을 한 작품이다. 오마 샤리프가 주연한 이 영화는 매우 잘된 작품이었다. 끝까지 다 보니 1시 반이 다 되었다. 주제가가 더욱 멋있게 들렸다.
눈이 가득 쌓인 풍경들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