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포항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 갔다. 몇 달전에 갔던 곳인데 나 혼자 찾아가기는 어렵다. 사실 잘 모르는 도시의 길을 찾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파트 주인은 나보고 찾아올 수 있느냐고 묻길래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그가 직접 청룡회관까지 차를 몰고 와서 안내를 했다. 우리 일행 네 사람이 함께 갔다. 교장 선생님 사모님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집 부부까지 모두 일곱 사람이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놓았다. 아나고를 고추장에 구워놓고, 생선회, 물회까지 많이 먹었다. 주인의 음식솜씨가 매우 좋다. 아파트는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있었다. 주변에 숲이 많았다. 32평 아파트가 1억원 정도 간다고 한다. 전에는 1억5천만원까지 갔었는데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의 공기가 비교적 깨끗했다.

 

포항에서 경주로 향했다. 옛날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1991년 여름이었다. 나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는 조동근 수사관님의 친동생 상가에 문상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족과 함게 포항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대구를 거쳐 경주 IC로 빠져 나갔다. 당시에는 대구 포항고속도로가 없었을 때였다. 그래서 경주에서 포항까지 산업도로를 타고 가야했다. 그런데 중간쯤 가다가 갑자기 전방에 나타난 오토바이를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두 바퀴나 돌면서 도로 중앙에 정지했다. 차는 내가 아무리 핸들을 콘트롤하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저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아주 생생하고 무척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차는 다행이 왕복 및 좌우로 다른 차량이 진행하지 않아, 그대로 멈추어섰다. 그런데 아무리 시동을 걸려고 해도 걸리지 않는 것이었다. 기어가 드라이브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정차 기어로 해서 시동을 걸어 차를 옆으로 뺐다. 그랬더니 앞서가던 일행의 차량이 후진해서 다시 돌아왔다. 오토바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무단횡단하다가 내 차가 삑 소리를 내면서 돌고 있으니 그냥 가버린 것이었다.

 

야간에 그런 일이 생겨 하마터라면 반대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부딛힐 뻔했다. 다행이 반대차선에서 오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는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차를 도로변에 빼놓고 보니 오토바이를 끌고 길을 건너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14년이나 지난 일이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경주로 가서 보문관광단지를 한바퀴 돌고나서 불국사로 갔다. 토함산불국사라고 씌어 있었다. 토함산이라는 단어를 오랫만에 들어보는 것 같았다. 절을 둘러보았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불국사 주변에는 나무들이 아주 좋았다. 입구에는 벗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불국사는 신라 23대 법흥왕 15년에 창건되었다. 벌써 1450여년이 된 고찰이다. 현 석조물은 경덕왕 때 김대성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한다. 다보탑은 국보 20호이고, 삼층석탑은 국보 21호, 연화칠보교는 국보 22호, 청운백운교는 국보 23호, 비로자나불은 국보 26호, 아미타불은 국보 27호라고 한다.

 

불국사 입장권 뒷면을 보니, 법구경 글귀가 쓰여져 있다.

 

'악한 일을 하지 말고 선한 일을 두루 행하여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법구경 183번

 

석굴암에 갔다. 차가 매우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그런지 주차장에서 석굴암까지는 15분 정도밖에 안걸리는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석굴암에 가는 길이 경치가 참 좋았다.

 

경주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는 김천을 지나 새로 생긴 고속도로로 왔다. 상주 문경 충주 등을 거쳐 여주로 오는 길이다. 도로가 새로 생겨 좋고 차량이 많지 않아 빨리 달릴 수 있었다. 피로해서 그런지 차를 운전하고 오는데 매우 졸렸다. 하는 수 없어 일행보고 중간에 대신  운전을 하도록 했다. 운전을 맡기니 불안하기는 했지만, 피곤해서 졸음이 오는데는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조수석에 앉은채로 30여분을 깊이 잠이 들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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