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11시에 서울구치소로 갔다. 세 사람을 만났다. M 씨는 항소심 공판이 거의 끝나는 상황이다. 몹시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잘못 만나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운명이라고 믿고 있었다.

 

C 씨는 1심에서 3년 6월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2년으로 감형이 되었다. 무척 고마워하고 있었다. 내년 말경 출소한다고 한다. 어떻게 견디겠느냐고 하니, 지금까지 지내온 것으로 보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대답했다. 표정도 밝아 보였다.

 

재무분석사 시험 준비를 하고, 성경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은 현재 누범 방에 있는데, 경제사범이라 봉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봉사를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불쌍하게 들어와 있는 것을 많이 보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 선임할 여건도 안 되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다.

 

Y 씨는 검찰의 부당한 법적용에 대해 분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공판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을 것인지 고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내가 해야 할 일들이다.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접견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이 없어 차 있는 곳까지 오느라고 비를 맞았다. 높은 담장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절망뿐이다. 그 안에서 희망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높은 담장 한쪽에는 경비를 서는 사람이 초소 안에 있었다. 무엇을 감시하고 있는 것일까?

 

바깥 세상과 차단된 상태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 하루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고, 구금된 상태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마음을 믿고 있었다. 가족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것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비를 맞고 나오는데 잘 아는 변호사를 만났다. 머리가 새치도 하나 없이 너무 까많게 보여 어떻게 흰 머리가 하나도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발이라고 한다. 순간 미안했다. 공연히 그런 불필요한 질문을 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빨리 걸어나와 비를 덜 맞아야 하는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비를 맞고 걸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 집  (0) 2005.10.23
가을 바람  (0) 2005.10.22
무리했던 산행 후유증  (0) 2005.10.20
시집을 받고 나서  (0) 2005.10.18
지리산 산행 [4]  (0) 2005.10.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