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점 없는 높은 하늘, 차가운 기운이 있는 시원한 바람, 낙엽이 밟히는 촉감.

 

이런 것으로 표현되는 가을날씨, 나는 아름다운 산행을 했다.

 

어제 저녁 여의도에 갔다. 자문위원으로서 당번이었다. 가서 일을 보고 있는데, J 선배가 왔다. 자신이 당번이라는 것이다. 벽에 붙어있는 표를 보니 내가 당번이었다. 그러나 J 선배는 그 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자신이 팩스로 받은 표에는 자신이 당번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즉시 양보를 하고 나왔다.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한 사람이 양보하면 문제는 간단히 끝나는 일이다.

 

밤에 동대문 시장에 갔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계속해서 휴대전화로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가고 있었다. 게다가 난폭운전을 해서 몹시 불안했다. 날씨가 추워져서 등산복을 투터운 것으로 사왔다. 마침 마음에 두는 것이 눈에 띄여 즉시 샀다.

 

동대문 시장은 밤에 휘황찬란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다닌다. 상인들도 밤늦도록 물건을 팔고 있다. 가끔 가보는 시장 분위기에 빠져본다. 12시 다 되어 택시를 잡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오늘 새벽 7시에 양재역 수협 앞에서 버스를 탔다. 오늘 산행은 백두대간 13회차라고 한다. 충청북도 영동군과 경상북도 김천시 대향면 사이를 가르는 구간이다. 중간에 황학산이 있다. 산행은 우두령에서 시작되었다.

 

우두령 절개지를 따라서 바람재, 넓은 헬기장을 지나 형제봉을 올랐다. 그 다음 황학산 정상에 올랐다. 황학산은 1,111미터다. 황학산 정상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새로 들어온 회원들이 음식을 아주 정성들여 많이 가지고 왔다. 맛있게 먹었다. 직지사 쪽으로 하산했다. 6시간 정도 산행을 했다.

 

가을은 가을이었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갈대밭을 지날 때 바람이 몹시 불었다. 갈대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갈색의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산의 능선을 지날 때는 바람이 아주 세찼다. 추웠다. 모자가 바람에 날려갈 정도였다.

 

바람이 없는 곳을 지날 때는 따뜻한 날씨다. 한쪽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한쪽은 햇볕의 따스함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세상 살이도 그런 것이리라. 마지막 코스에서 급경사를 내려올 때는 발가락이 아팠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분이 등산배낭을 보고 어디를 다녀 왔느냐고 묻는다. 황학산을 다녀왔다고 하니 직지사 있는 곳 아니냐고 물으면서, 등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개인택시 기사 7 사람이 모임을 만들어 이틀 일하고 하루 쉴 때면 연천에 있는 고대산을 자주 간다고 한다. 의정부에서 갈아타면 기차가 가는데, 산 입구에 보신탕집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17년 동안 쉬지 않고 사람들과 등산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한달에 용돈을 4만원만 쓴다고 한다. 소주도 3일에 한병씩 한달에 10명만을 마신다고 한다. 부인이 슈퍼에서 소주 10병을 사다 놓으면 3일에 한병씩 꺼내 마신다고 한다. 자녀 2명은 모두 출가시키고 두 부부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코펠을 준비해서 산행을 하면, 찌게도 끓여 먹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언제 한번 고대산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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