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얇은 옷을 입고 나갔더니 날씨가 변한 걸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11월이다. 9월과 10월과는 전혀 다르다. 그게 계절의 변화다.
미국에서 돌아온지도 4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시차가 바뀐 탓에 콘디션이 좋지 않다. 밤과 낮이 뒤바뀐 환경에서 얼떨떨하다. 작년과 다르고, 재작년과 또 다르다. 나이를 먹어가는 탓일까? 뉴욕의 번화가를 오가던 기억이 남아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뉴욕에 비하면 서울은 그래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
저녁 무렵에 퇴촌 방향으로 갔다. 차가 별로 많지 않다. 퇴촌에 가니 길가에 감과 사과를 파는 곳이 있는데, 엄청나게 많은 감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아마 만개도 더 되는 것 같다. 3킬로그램에 감이 만원이라고 한다. 그렇게 대규모로 감을 파니, 다른 곳에서 소규모로 파는 곳과는 달리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길가에 은행나무 잎이 아주 노랗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곧 다 떨어져 허전한 나무가 될 것이다. 며칠간 붙어 있을 은행잎들이 애처롭게 보였다. 이미 떨어져 버린 낙엽들은 발길에 차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정처없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오는 길에 상일역 부근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돼지 삼결삽, 돼지 갈비 식당인데 손님들로 가득찼다. 모두들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아기자기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커다란 욕망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고, 그냥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보였다.
일요일 오후 8시, 내일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CD를 틀어놓았다. 조용한 카페음악이 흐른다. 그 음악에 내 마음을 던진다. 웬지 차분히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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