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힘들게 하는 불면의 시간!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은 무척 괴롭다.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을 찾기도 힘든 건 밤이 주는 적막 때문이다. 생활 리듬이 갖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시차 때문에 아직도 나는 헤매고 있다. 어제 밤에도 밤 12시경 잠이 깨어서 새벽 5시까지 거의 자지 못했다. 일어나 컴퓨터도 보고, TV도 보았으나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시간만 공허하게 보냈다.
잠이 오지 않아 보는 TV는 처음부터 뚜렷이 볼 의지가 없기 때문에 보아도 재미가 없다. 그냥 시간을 때우는 것이라 그렇다. 밤새 잠을 잘 못 자서 새벽녘에는 일어나기도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기에 일어났다. 머리 속이 피곤하다.
사실 내가 잠을 잘 못 자는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나는 잠을 참 잘 자는 사람이다. 때로는 운전을 할 때도 차가 흔들거리면 요람에 누워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졸음이 온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졸리면 휴게소에 세워놓고 한 10분이고 20분이고 눈을 붙이고 자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차 때문에 아주 특별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주변 사람들이 불면증 때문에 고생한다고 하면 아주 사치스러운 걱정이라고 치부했다. 피곤하면 잠을 자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겪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불면증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그리고 아주 힘든 고통이다.
이럴 땐 찬바람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바람이 차가워서 좋았다. 가을 햇살은 또 맑게 빛났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을 바람과 가을 색깔을 나는 또 아까워서 유심히 느끼고 바라보았다. 한강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바쁜 일을 처리하고 나니 곧 점심 시간이 되었다. K 사장님과 함께 포스코빌딩 서관으로 갔다. K 회장님을 만났다. 약간 넓긴 하지만 그 사무실 임대료가 월 500만원이나 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1995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있었으니, 임대료만 해도 상당한 금액이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19층 이태리식당으로 갔다. 분위기는 깨끗하고 좋았다. 점심 셋트메뉴가 4만원이다. 소고기를 고치로 만들어 놓았는데 아주 특별한 음식이다.
퇴근하고 저녁 식사후 테니스장에 나갔다. 모처럼 테니스를 쳤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약간 땀을 흘리니 가을바람이 너무 촉감이 좋다. 집에 돌아오니, 주변 숲 속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무언가 나도 홀가분하게 털어버리고 싶었다. 문득 그리움이 달빛에서 날카로운 날을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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