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간이 정지해 버린 느낌이다. 우주 속에서 한 존재의 외로움은 느낀다. 그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나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것 같다. 무엇일까? 나에게 엄습한 이 고독과 외로움은?

 

사랑이라는 화두에 한 동안 매달려 있었다. 꽃 피는 봄과, 녹음이 우거지던 여름, 그리고 낙엽이 떨어지던 가을까지 나는 매우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고 있었다. 왜 사느냐는 질문에, 나는 사랑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글도 써보았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매우 아름다운 촉감으로 나를 유혹했다. 사랑 때문에 겪는 기쁨과 슬픔을, 아름다운 슬픔이라는 표현으로 압축했다.

 

그러나 10월말부터 갑자기 바빠진 내 삶은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개념에서 나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삶의 분주함 속에서 나는 하루 하루 일에 쫓기고, 해야 할 숙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아름다운 시상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삭막한 사막 위를 어쩔 수 없이 걸어가야 하는 낙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세상은 자기 자신이 느끼는 모습대로 다가온다. 내가 외롭게 생각하면, 세상은 매우 외로운 공간이다. 시간은 그 고독감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해 준다. 주변 사람들 모두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지금처럼 내게 다가온 고독한 환경을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겨울은 겨울이다. 나는 고독을 잉태하고, 그 수태과정에서 더욱 고독해질 것이다. 고독 속에서 나는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선보일 것이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이 오면, 나는 그 새 삶을 빛과 그림자 처럼 함께 이끌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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