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금요일 오후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인천공항을 다니다가 김포로 가면 참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국제선을 탈 때 다니던 김포공항과는 매우 이미지가 달라졌다. 더 큰 새공항이 생긴 다음이라 그런지 김포공항은 규모도 작아 보인다. 언제 이곳에서 외국을 나갔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로운 변화와 발전에 따라 옛것이 보이는 각도고 시각이다.
내가 맨 처음 외국으로 나갔을 때가 1986년도 여름이었다. 미국에 유학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출국했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공항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20명은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외국에서 돌아올 때 그 당시 영어로 써있던 KIMPO 라는 글씨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은 영어로 김포를 GIMPO 로 바꾼 것 같다.
오후 5시 10분 포항행 비행기를 타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김포에서 포항까지는 편도운임이 71,400원이다. 비행기는 출발시간이 20분 정도 지연되었다. 포항까지는 비행시간이 45분 정도 걸리는가 싶었다. 정말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려서도 시내까지 바로 들어가니 포항도 다니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차로 다닐 때는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포항이었는데 말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곽회장님과 박사장님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공항에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고 한다. 미안하면서도 반가웠다. 그런 곳에서 만나니 더욱 그랬다. 곽회장님도 포항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택시를 타고 뒤에 따라 오도록 했다. 함께 청룡회관으로 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해변가로 갔다. 청룡회관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에 있는 호텔이다.
군인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일반인에게도 오픈되어 있다. 요금도 싸고 시설도 깨끗해 아주 마음에 든다. 예약전화는 054-290-9820 번이다. 전복과 광어 등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술도 마시고 청룡회관 노래방으로 갔다.
H씨의 결혼기념일이라고 한다. 케이크와 장미꽃을 사가지고 와서 샴페인까지 터뜨렸다. 다정하게 사는 그들 모습을 보니 좋았다. 주식 때문에 돈을 많이 손해보아 속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지금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주식은 정말 아무나 손을 대서는 안된다. 마약 같은 것이다.
12시가 다 되어 H씨가 차에 싣고 온 두부와 김치를 먹었다. 호텔 밖에는 캄캄했다. 바다 건너로 멀리서 포항제철공장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밤 바다는 무서운 느낌이 든다.
12월 24일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호텔 지하에 있는 사우나에 가서 목욕을 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건식 사우나실에서 나는 모래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우나가 끝난 후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보았다. 바닷물은 살아있었다. 한강물과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감히 범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물에 관한 한 바다는 그 어느 것에도 자신의 권위를 넘겨주지 않는다. 최고의 권위와 위엄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다는 물의 최종적인 종착점이다. 물은 모두 흘러 흘러 바다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머문다. 거대한 바다를 이루며, 그곳에서 더 이상 어디로 가지 않는다. 그래서 바다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물이 아무리 높은 곳에 있어도, 아무리 유명한 곳을 흐르고 있어도, 언젠가는 바다로 들어오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바다는 그 속에 엄청난 생명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바다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작은 고기부터 거대한 고래까지 밖에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그 헤아릴 수 없는 깊이 때문이다. 바다는 그런 깊음을 유지하면서, 많은 생명을 어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