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사장은 잘 아는 박 선생의 부탁을 받았다. 박 선생이 아는 집안 사람의 취직을 시켜달라는 부탁이었다. 최 사장은 박 선생을 도와줄 마음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보통 사람 사이의 부탁은 이런 방식으로 시작된다. 사실 남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는 쉽게 부탁을 하고, 또 쉽게 해주겠다고 답변을 한다.
최 사장은 자신의 친구가 큰 기업체의 중역으로 있어, 친구에게 취직을 부탁했다. 친구는 자신이 알아보겠다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친구 역시 너무 쉽게 답변을 했기 때문에 최 사장은 박 선생에게 그대로 전했다. 기다리면 취직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했던 것이다.
박 선생는 자신의 집안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다. 힘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니 기다리면 틀림 없이 취직이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취직을 원했던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은 꿈에 부풀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계획을 거기에 맞추어 바꾸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몇달 지났다. 한달, 두달, 세달, 약속했던 시간이 자꾸 흘러갔다. 최 사장의 친구 회사에서는 사람들을 뽑기로 예정된 계획이 변경되었다. 결국 최 사장은 취직을 시켜주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박 선생은 가운데서 취직을 틀림 없이 시켜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실 없는 사람이 됐다. 박 선생 역시 최 사장을 믿고 집안 사람들에게 큰 소리를 쳤다가 입장이 곤란하게 되자 최 사장을 원망하게 됐다.
최 사장 역시 억울했다. 친구인 기업체 중역이 일선 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를 뽑는데 별 문제 없으면 취직시켜주겠다는 말만 믿고 그대로 전달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친구인 중역은 사실 회사에서 근로자를 뽑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고, 그래서 쉽게 답변을 해주고 있었던 것인데, 나중에 회사 방침이 바뀌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박 선생은 집안 사람들로부터 원망을 듣게 되었고, 최 사장은 박 선생으로부터 원망을 듣게 되었다. 최 사장은 친구를 탓하게 되었다.
위 사람들은 모두 취직을 시켜준다고 돈을 받거나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인간적인 호의를 베풀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간단치 않았다.
나는 위 일을 보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사람의 부탁을 결코 쉽게 받아서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약속을 했으면, 일의 진행상황을 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지, 일이 성사되기도 전에 쉽게 말하면 나중에 원망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말을 아끼고, 행동을 한 후 그 성과를 봐서 말을 해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
어쨌거나 세상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