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과 속모습

 

                                                     가을사랑


                                                              

날씨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봄날 맑은 날씨에 출근을 하면, 평온하고 꽃구경을 하면서 행복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흐린 날씨에는 다르다. 해가 보이지 않고 진한 구름에 덮혀 어두침침한 아침 시간에 출근을 하면, 웬지 마음이 따라서 어둡고, 기운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도 화이팅 하면서 기운을 내고 출근을 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 비가 오는 날이면 심각할 정도로 센치해지기도 한다. 


하루 이틀 비도 오고 흐렸는데, 어제 아침에는 해가 나기 시작했다. 늘상 다니는 주유소에서 세차를 했다. 비 때문에 더러워진 차를 깨끗이 하는 건 차에 대한 예의다. 지저분한 상태에서 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습관이고 성격이다. 차를 깨끗이 하는 것도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겉모습이 아주 더러운 사람도 있다. 길에서 만나는 거지가 그렇다. 지난 해 뉴욕에 갔을 때도 도심 한 복판에서 보았던 몇 사람의 거지는 외모를 너무 더럽게 하고 있었다. 물론 깔끔한 거지도 많다. 그건 성격 나름이다. 


사람들은 이런 외적인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더러운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피하게 된다. 그러나 외모가 더러운 것은 목욕을 하고, 새옷을 입으면 즉시 달라진다.


신데렐라 공주는 왕자에게 선택되는 순간, 180도 달라져 천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모는 사실 치명적인 중대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문제는 속모습이다. 겉은 깨끗한데, 속이 더러운 경우다. 겉은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속은 악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겉만 보고 속단을 하고, 더러운 속을 보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교제를 하고, 거래를 하다가 피해를 보게 된다. 속모습이 깨끗한가, 더러운가를 살펴볼 수 있는 혜안을 갖는 것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고, 혼자서 깨우치기는 너무 힘든 인생공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과연 나 자신은 겉모습과 속모습이 어떤가 되돌아 본다. 겉모습 보다도 속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싶다. 과연 얼마나 더러운가? 얼마나 더럽게 지냈던가? 겉과 속이 얼마나 다르게 살아오고 있었는가 하는 반성을 해 본다.


자신의 속모습을 정확하게 비춰보기는 불가능하다. 우선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 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속모습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되고, 정(淨)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게 되는 건, 점차 세상이 무섭다는 걸 깨닫게 되고, 하나님의 심판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예감하기 때문일까? 


‘그때에 너희가 너희 악(惡)한 길과 너희 불선(不善)한 행위를 기억하고, 너희 모든 죄악(罪惡)과 가증(可憎)한 일을 인하여 스스로 밉게 보리라’에스겔 36:31에 나오는 말씀이다.


지금까지 내가 악하게 행했던 일들이 무엇인가 깊이 뉘우치고, 선하지 못했던 행위들을 반성해 본다. 한 두가지가 아니다. 죄악과 가증한 일을 참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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