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바다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정동진에서 맞은 새벽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일까? 무박 2일 여행을 생각했다. 그 결과 나는 떠났다. 금요일 저녁 11시 청량리역에서 정동진 가는 기차를 탔다.
단체여행을 주선한 여행사의 가이드(진행스태프)가 저녁 10시반에 기차가 떠난다고 해서, 늦을까봐 일찍 가다보니 9시 40분경 역에 도착했다. 그래서 1시간 넘게 역 주변을 왔다갔다 했다. 청량리역은 참 오랫만에 가보는 곳이다. 낮이 아니고 밤이라 그런지 약간은 낯이 설었다.
요새는 기차를 탈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하게 되니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차역에는 갈 일이 없는 것이다. 기차와 지하철은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무궁화호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자리도 넓었다. 밤차를 타고 어둠을 헤치면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계속 달렸다. 책을 꺼내 보았다. 조명도 그렇고 밤이 늦은 시간이라 눈이 아파 더 이상을 책을 볼 수가 없었다.
눈을 붙이고 잠이 들었다. 깊은 잠이 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가끔 잠에서 깨어 창밖을 바라다 보았다. 제천도 보였다. 역 주변에는 모텔 불빛이 요란하다.
6시간 넘게 계속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허리도 아프고 몸도 불편하였다. 버스는 2시간 정도 간격으로 휴게소에서 10분이고 나가 쉬는 데 그게 달랐다. 기차에서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한참 잠이 들어 졸려운 상태였는데, 기차는 마침내 정동진역에 닿았다. 새벽 5시 20분 정도였다. 그러니까 6시간 20분 동안 기차를 타고 온 것이었다.
해가 구름 위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동해안 일출 사진이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 궁금하다. 바다의 일출은 산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아무 것도 장애물이 없는 지평선 너머로 갑자기 떠오르는 해는 새로운 신비다.
[내가 정동진에서 직접 촬영한 일출장면이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은 구름을 사이로 볼 수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정동진에 온 사람들은 천명은 넘는 것 같았다. 일출을 보고, 백사장을 걸었다. 모래가 참 곱다. 해수욕장이 그런대로 좋은 편이다.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 한다. 커다란 배를 가져다 만들어놓은 호텔까지 걸었다. 호텔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계속해서 뱃고동소리와 갈매기소리를 틀어놓고 있었다.
정동진은 TV드라마 모래시계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정동진이라는 지명의 이름은 서울에 있는 광화문의 정동쪽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안인해수욕장이 1킬로미터 정도 있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다.
대형 모래시계를 보고, 아침 식사는 작은 식당에서 생태찌게로 했다. 미역을 따다가 말리는 아주머니들이 몇 사람 보였다. 새벽 바닷가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새벽 시간 정동진에서 3시간 정도 걷고 구경을 한 것이다. 조용한 바닷가를 관찰하는 건 특이한 경험이었다. 길가에서 쑥을 뜯어보니 향내가 정말 진했다. 같은 쑥이라도 너무 달랐다.
8시 반경 버스로 정동진역을 출발했다.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갔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3리에 있는 곳이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김희선, 신하균 주연)를 촬영했다는 곳이다. 아주 가까이서 양들의 모습을 보았다.
파란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은 몹시 평화로워 보였다. 양들은 끊임없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소가 풀을 먹는 모습과는 달랐다. 매우 빠른 속도로 풀을 뜯는다. 그리고 한 군데서 많은 풀을 뜯지는 않는다. 이곳 저곳 움직이면서 조금씩 풀을 빠른 속도로 뜯어 먹는다. 서로를 애~~ 소리를 내고 있었다. 건초를 주면 아주 좋아한다.
대관령 높은 곳에서 바라 본 주변의 산들은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우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했다. 그곳에서 마신 커피는 맛이 좋았다.
다음으로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 있는 허브나라농원으로 이동했다. 농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해서 그런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루피너스꽃을 찾아보았다. 몇 그루의 루피너스를 정원에 심어놓고 있었다. 루피너스는 붉은 색, 청색, 보라색 등이 있었다.
그 다음 버스는 평창군 봉평면에 있는 이효석 생가로 갔다. 문학기념관에 올라가는 길을 잘 꾸며놓았다. 가는 비가 내렸다. 식당에 들어가니 메밀꽃술이 있다. 가볍게 한잔을 하고, 메밀국수를 먹었다. 소설가 이효석은 경성제대 법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3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원주역에 버스가 도착한 것은 5시 30분정도였다. 원주역 주변을 걸었다. 원주역에서 6시 42분 기차를 탔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6분이었다.
무박 2일 코스로서 아주 좋았다. 다만, 처음 6시간 넘게 야간열차를 타는 게 다소 힘이 들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테마여행을 자주 따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일행들을 따라 다니면서, 가이드의 안내로 편하게 많은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청량리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다시 휘황찬란한 것이 힘든 도시의 삶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