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사람이 결혼을 했다. 내가 주례를 서기로 해서, 1시간 전에 예식장에 도착했다. 중계동 건영백화점 나래웨딩홀에서 오후 1시에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신랑 신부를 만났다. 일생에 가장 예쁘고 멋있는 모습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했다.

 

참 오래만에 주례를 서본다.  사회자가 예식 진행을 하기 때문에 주례가 할 일은 사실, 혼인서약, 성혼선언, 주례사 뿐이다.

 

결혼하는 젊은 남녀에게 해줄 말을 미리 주례사로 정리해 가지고 갔다. 식장은 매우 복잡했다. 같은 시간에 두 군데에서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었고, 한 시간 간격으로 예식이 잡혀 있었다.

다음은 내가 준배했던 주례사다.

 

주    례    사

 

먼저 이 자리를 빛내 주시기 위해서 바쁘신 중에도 특별히 시간을 내서 참석해 주신 양가 친척 여러분과 내빈 여러분들께 신랑신부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은 정말로 축복받은 길일입니다. 일년 가운데 가장 좋은 계절인 5월이고, 엊그제 어린이날과 내일 어버이날을 사이에 둔 기쁘고 좋은 날, 뜻 깊고 보람 있는 날입니다.

 

바깥 날씨도 오늘의 아름다운 백년가약을 맺는 소중한 행사를 축하해 주기 위해 화창하게 맑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축복 받은 날을 잡아, 오늘 이 시간 신랑 000 군과 신부 000 양이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신랑 000 군은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다음 현재 기업체에서 중견간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래 부모님들에 대한 효심이 남다르고, 평소 품행이 단정하고 의협심이 강해 주변에서 모범적인 사람이라는 평판이 자자합니다.

 

신부 000 얀은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좋은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고, 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후 무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착실하게 해 오고 있는 아름답고 현모양처로서의 부덕을 모두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재원입니다. 신부는 이해심이 넓고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성품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좋은 가정을 꾸미고 자녀교육도 잘 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는 오늘 주례로서 새 가정을 이루는 신랑과 신부에게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신랑 신부는 격조 높은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돈이나 물질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사랑으로 뭉쳐 서로 진실하고 신뢰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향기로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오래 참고 견디는 슬기로움을 지니시기 바랍니다.  살다보면 맑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습니다. 위기의 폭풍이 닥쳐올 때도 있습니다. 열매가 단 것은 인고의 과정 때문입니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고난의 긴 터널을 지나 곧 해가 빛나는 세상이 나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처음 가졌던 좋은 뜻을 생각하면서 밝은 마음과 미소를 머금고 헤쳐나가시기 바랍니다.

 

셋째, 겸손과 관용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서로 존경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부부가 되어야 합니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며,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일을 너그럽게 이해하십시오. 가정은 가장 소중한 천국입니다. 가정에는 상호 존경심과 애정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넷째, 건강의 기쁨을 누리기 바랍니다. 함께 운동을 즐기고 땀 흘릴 수 있음을 감사라며, 절약하고 알뜰하게 살림을 하여 풍요로운 가정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축복이 넘치는 이 자리에 선 젊고 아름다운 신랑과 신부는 언제나 뜻깊은 지금 이 순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두 분을 낳아 정성껏 길러주신 양가의 부모님께 끝없이 효도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러 오신 친척분들과 동료, 선후배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깊이 간직하기 바랍니다. 

 

오늘 결혼식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커플이 백년을 기약하는 축복입니다. 다시 한번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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