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호수를 바라보는 기분! 그건 작은 감동이다.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느낌이다.
새벽에는 호수에 물안개가 많이 핀다. 물안개를 통해 희미해진 옛사랑을 떠올릴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신령한 산과 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새벽바다와 새벽호수는 똑같이 새로운 기분을 얻을 수 있다.
아침 6시반에 산정호수를 바라보았다. 비는 내리고, 주변의 나무들은 비에 젖어 촉촉해 보였다. 빗물은 흘러흘러 호수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사방군데에 떨어져 그곳의 나무와 풀과 바위와 흙을 만나 서로를 확인한 후 마침내 고요한 호수와 만나고 있었다.
호수는 모든 빗물을 수용하고 있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오던, 무엇을 거쳐 오던 똑같이 받아들인다. 아무런 차별이나 불평등한 대우는 없다. 위를 바라보지 않고, 아래를 향해 내려오는 빗물에 대해서는 아주 똑같은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건 빗물과 호수 사이의 영원한 관계였다. 빗물은 호수를 채웠고, 호수는 빗물이 머무를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빗물은 호수가 되고, 호수는 빗물의 집이 된다. 그래서 빗물과 호수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그리하여 호수 속에는 위대한 사랑이 탄생하는 것이다.
산정호수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에 위치한 호수다. 그렇게 규모가 커다란 것은 아나지만, 높은 산 속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꽤나 유명해진 호수다.
내 고향인 포천에 있어 그런지 그전부터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주 가보지는 못했다. 화현면이나 일동, 이동에는 수 없이 가보았지만 막상 산정호수까지는 잘 가지 못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어제 저녁 무렵 차를 운전하고 산정호수로 갔다. 아무런 예정 없이 그냥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차는 8시경 산정호수에 닿았다. 유원지 놀이시설에서는 몇 가지 놀이기구가 있었고, 아주 적은 사람들이 기구를 타면서 놀고 있었다. 풍선터뜨리기게임장이 여러 군데 있었다. 7개를 던져 풍선을 터뜨리고, 터뜨린 개수만큼에 해당하는 인형 등의 상품을 준다. 게임을 하는데 3천원이다. 아주 쉬운 게임이었다. 작은 인형 하나를 받았다. 맥주를 한잔 했다. 안주는 쥐포구이였는데 고추장이 없어 아쉬웠다.
밤에 본 호수는 캄캄했다. 호수 주변에 많은 식당들이 있었다. 한 식당에 들어가 이동막걸리와 논우렁무침을 시켰다. 그곳에는 논우렁요리가 유명한 모양이다. 숙소는 산정호수파크텔로 잡았다. 산 속에 위치한 조용한 모텔이다. 밤늦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명성산 등산을 하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고,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다니는 차들도 적었다. 산정호수에서 보낸 하룻밤은 아주 뜻깊은 시간으로 기억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