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청계산은 어떤 표정일까? 나는 문득 5월의 청계산을 제대로 살펴보고 싶었다. 5월은 아주 특별한 계절이다. 사실 3월에는 파란 잎이 많지 않다. 4월에도 주로 꽃의 화사함 때문이지 잎이 본격적으로 파란색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5월에 들어서면 다르다. 연한 녹색의 어린 잎들이 성년기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정말 잎다운 색깔과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신록의 계절인 5월에 내가 사랑하는 청계산은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어떤 순수한 의상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을까 궁금했다.

 

청계산은 서울에서 가까운 산으로서 커다란 숲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그야말로 천혜의 휴식터이고, 운동장소다. 특히 강남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청계산은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등산하기에 너무 좋다. 바위와 돌이 많지 않아, 무릎에 무리도 가지 않는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 햇볕에 크게 노출이 되지 않아도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청계산을 사랑한다. 500개가 넘는 나무계단도 운치있게 잘 만들어 놓았다. 그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나는 고행의 의미를 가볍게 체험하곤 한다.

 

청계산은 해발 618미터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다. 그럼에도 관악산과 더불어 서울의 남쪽을 형성하는 중요한 산으로, 예전부터 좌청룡 우백호로 불리워진 산이다.

 

과천시 막계동과 성남시 수정구의 행정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국사봉, 응봉, 옥녀봉, 매봉 등이 있고, 500미터 정도의 계곡에 항상 맑은 물이 흘러 정취를 더하고 있다. 매봉은 옥녀봉보다 1000미터를 더 올라가야 한다.

 

낮 11시경에 청계산 매봉에 올라갔다. 좋은 날씨라 그러려니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정상적인 속도로 올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찼다.

 

일행은 아니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을 올라가니 별로 힘이 들지도 않았고, 등산이라기 보다는 바람을 쐬러나온, 놀러나온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런 외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모처럼 매봉을 올라가니 너무 좋았다.


이제 산천은 새 잎들로 가득 차있다. 연한 초록색에서 약간은 진한 색깔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등산을 했다.

 

5월 중순에 만난 청계산은 나의 연인이었다. 파란색깔로 몸 전체를 휘감고, 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보드라운 흙의 촉감을 만져가면서 나는 아름다운 산의 정기를 교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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