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인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깊이 있는 수심을 느끼게 해 주는 이 글을 나는 여러 차례 읽었다.
1. 세속이란 과연 무엇을 두고 일컫는가?
스쳐 지나갔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들여다 본다.
별수 없는 물상에 얽매어 5분만 이야기해도 지루해지는 속(俗)스러움.
조건이 바뀌면 배신하고 자기보다 나을 성싶으면 시기질투로 오류를 만들고,
인생의 내밀한 감동따위는 아예 센치멘탈로 치부하며 오락가락 마음을
옮겨다니는 하이에나들.
표피적인 치레와 허상에 찌들은 그 숱한 군상들.
순수한 본연을 잃고 浮漂같은 삶이 눈에 걸린다.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하이에나는 다르다.
시시한 군상들이 무리를 지으려 애쓴다.
나약할수록 무리짓는 일을 숭배한다.
혼자 있으면 두려워 무리가 지시하는대로 타습에 안주한다.
우주의 숨결은 상서롭고 아름답다. 원칙과 예의와 발전을 기약한다.
고독한 자가 킬리만자로의 정점에 우뚝 서서 저 찬란한 태양신의 가호를 받을 수 있다.
세상에는 세속적인 면이 강하게 존재하고, 지배한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세속을 떠나면 벌써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이에나는 그 자체로서 비난을 받을 게 아니다. 그 행동양식은 생존법칙에 의해 규율되는 당연지사다. 표범은 나름대로, 하이에나는 역시 자신의 법칙대로 살아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2. 인생의 환절기에는 자칫 나약해지기 십상이련가?
계절과 계절이 바뀌는 시절에 등파고랑으로 번뇌가 끓듯이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의 세찬 파도를 탄다.
고독하라! 절망하라! 절망하라! 고독하라!
웅대한 만년설이 덮힌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본래 지닌 제왕의 위상으로 만물을 사랑하고 불태웠던 신념을 다시 곧추세웠으며,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사랑과 생명력의 신비와 그대의 아름다운 시혼으로 인생을 點火했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을 씹으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고독을 삼키고, 때로는 고독을 내뱉을 뿐이다. 그리고 절망한다. 그게 인간의 태생적 한계다. 그러나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표범은 다시 한번 대지를 바라본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