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독점욕
가을사랑
사랑은 강한 소유욕과 질투를 속성으로 내포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건 진실한 사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자기만의 대상을 정해 자신의 영혼을 다 쏟아 붓는 것이 사랑의 순수성이다.
인간이 개발한 슬기로운 삶의 방법의 하나인 공동소유개념이 사랑에서 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일부일처제가 확립된 이후, 남자와 여자는 1대 1의 관계에서 사랑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려고 희망했고, 사회도 법과 제도로써 이를 보장하려고 노력해왔다.
결국 오랜 인류 역사가 제도로서 고착시켜 온 이러한 관행과 뿌리 깊숙히 박힌 인식은 많은 불행을 가져왔다. 간통한 사람들을 돌로 쳐 죽이는 무자비함은 사랑의 독점이라는 제도 아래서 합리화되었고,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간통죄라는 형벌규정으로 남아 있다.
사랑의 주홍글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궤도에서 이탈한 사랑을 가혹하게 응징하고 있다. 이것은 사랑을 법으로 묶어 두려는 무모한 인간의 도전이었다.
사랑의 형이상학적 측면을 간과한 채 육체적 욕구를 억누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사회제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간통죄 폐지는 현대사회에서 압도적인 추세가 되었고, 간통죄를 유지하고 있는 몇 개 나라에서도 간통죄를 비형벌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랑은 결코 강제될 수 없다. 사랑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대해 방향을 고정시킨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는 고착성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서로의 노력으로 자연스럽게 붙잡고 있는 부드러운 실크와 같은 것이다.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잘 붙잡고 있어야 평형을 유지하면서 좋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가변적이고 추상적인 존재다.
물론 사랑했던 사람들이 사랑의 언약을 깨뜨리는 건 잘못이다. 사랑의 약속을 파기한 대가는 현실적으로 가혹하게 나타난다. 간통죄로 징역을 가기도 하고, 간통현장에서 살해되거나 중상해를 입기도 한다. 이혼을 당해 고생을 하기도 한다. 사랑의 약속은 가급적 지켜야 한다. 그건 사랑했던 사람의 가장 인간적인 도리고 양심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처럼 힘든 일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기도 어렵지만, 사랑이 떠난 차가운 자리에서 따뜻한 마음을 만들어 붙잡고 있으라고 명령하는 건 불가능을 기대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식었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옮겨갔을 때, 그것을 탓해 강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건 사랑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부족한 까닭이다.
사랑이 낳는 인간의 비극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상대방은 나름대로의 감성을 가진 특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격분해서 살인하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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