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눈빛


가을사랑


어떤 공무원이 부정한 금품수수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검사는 이미 상당 부분 증거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돈을 주고 향응을 베풀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확보되었다. 다만 뚜렷한 물증이 없을 뿐이었다. 


검사는 피의자를 소환하여 면밀하게 추궁해 나갔다. 처음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실로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한다.


과연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누명을 벗지 못하면 구속되고 자신의 인생은 파멸하고 만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그는 검사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검사는 수사전문가다. 수사의 베테랑 앞에서 비전문가인 공무원은 고양이 앞에 쥐의 형상이 된다.


검사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다 마친 상태이므로 그들이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선입관을 강하게 가지고 있게 된다. 공무원이 그들의 진술과 다른 설명을 하면, 검사는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우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점점 더 심하게 추궁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검사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인다. 그 눈빛은 물론 법을 집행하는 검사로서 당연히 범죄와 싸우기 위한 비장한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 눈빛은 사실 날카로우면 날카로울수록 더욱 검사답게 만드는 것이고, 사회를 위해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하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그 눈빛은 무섭고 강렬한 충격을 주는 전자파에 해당한다. 자신의 운명을 가로막는 벽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기 갈기 찢어 헤치는 공포의 빛이다. 그런 눈빛과 대조해 보면 피의자의 눈빛은 비굴함을 담고 있다.


피의자의 눈빛은 검사의 눈빛과 비교할 수 없는 초조함과 나약함을 내포하고 있다. 수사하는 사람과 수사받는 사람이 보여주는 두 개의 눈빛은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하지만, 부득이 마주칠 경우에는 피의자의 흐린 눈빛은 검사의 강한 눈빛에 눌려 빛을 상실하고 만다.


시간이 흐르면서 검사의 눈빛은 점차 강해지고, 피의자의 눈빛은 점차 희미해진다. 마침내 검사는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고, 피의자는 항복을 선언하다. 자백조서가 작성되고 서명날인이 끝나면, 검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피의자는 패배의 눈물을 흘린다. 검사는 의례적인 위로의 말로 대신하고, 피의자는 가슴 속 깊은 곳에 피와 눈물이 맺힌다.


자신의 억울함을 쉽게 해명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공무원은, 넘을 수 없는 벽의 높이를 인식하고 절망한다. 돈을 주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거짓말로 허위의 사실을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소극적인 사실에 대한 입증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오늘도 구치소에서 울부짖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법과 제도의 모순 때문에 밤잠을 못이루고 있다. 서글픈 현실이다.


검사는 이런 수사상의 문제점에 대해 정말 인간적인 측면에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사를 하면서 정말 억울한 사람으로 하여금 징역 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불확실한 다른 사람의 말만 가지고 처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억울하게 징역을 갔다 온 사람들에게 맺힌 한은 죽을 때까지 풀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검사의 눈빛에는 인간적인 애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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