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브로커의 형사책임


                                                            가을사랑


“강 사장님,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으시죠. 제가 꼭 도와줘야 할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서 구속되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아는 판사와 검사에게 부탁해서 확실하게 빼드리겠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2천만원만 준비하십시오.”


강 사장(가명, 45세)은 건설회사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인관계가 좋고 워낙 부지런해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많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 간부, 검사, 판사, 세무공무원 등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강 사장의 그런 처세술을 부러워했습니다.


강 사장은 형사사건을 해결해 준다고 구속된 피의자 가족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아는 판사와 검사에게 부탁을 했으나, 결국 1심에서 실형 1년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 사장은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변호사 비용으로 자신이 받아 가지고 있던 돈 중에서 5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피의자 가족은 실형을 받자 강 사장이 사기를 친 것으로 생각하고, 강 사장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했습니다. 이런 경우 강 사장은 어떤 형사책임을 지게 될까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강 사장과 같은 사건브로커가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가 예전보다 많이 용이해졌고, 법원과 검찰에서도 법과 제도를 개선해서 형사사법의 공정성을 기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에서 판사나 검사를 잘 안다면서 파격적으로 사건 해결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엉터리 브로커에게 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에서 이와 같은 법조브로커 단속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나, 뿌리 깊은 폐해와 부조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브로커들이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면서 돈을 받는 행위는 변호사법에 위반됩니다. 변호사법 제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관하여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건브로커를 처벌하는 전형적인 규정입니다. 변호사법 제111조는 실제로 청탁을 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당사자로부터 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 그 즉시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범죄는 범인이 실제로 청탁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금품을 교부받은 것이 자기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습니다(대판 1986. 3. 25. 86도436).


공무원에게 청탁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건관계인을 속여 돈만 편취하면 사기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으로서 변호사법위반죄보다는 무겁습니다. 사건 해결을 해주겠다고 돈을 받는 행위에 있어서는 사실상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으므로, 변호사법위반죄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는 영역까지 처벌할 수 있는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변호사법위반죄를 저지른 사건브로커의 경우 사기죄 보다 법정 선고형이 더 무겁게 선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브로커들이 변호사법위반죄로 기소되면 사기죄로 공소장을 변경하려고는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 브로커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은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뢰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브로커는 자신이 잘 아는 공무원에게 부탁하여 그 공무원으로 하여금 직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청탁을 하게 하고, 간접적인 지위에 있는 공무원에게 돈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중간에 있는 공무원은 알선수뢰죄에 해당합니다.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는 경우는 형법 제132조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알선수뢰죄의 주체는 공무원에 한하지만,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라 함은 다른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처리에 법률상이거나 사실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고, 그 사이에 반드시 상하관계, 협동관계, 감독권한 등의 특수한 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지는 않습니다{대판 1003. 7. 13. 93도1056).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청탁상대방인 공무원에 제공할 금품을 받아 그 공무원에게 단순히 전달한 경우와는 달리, 자기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하여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금품 등을 교부받으면 그로서 곧 변호사법위반죄가 성립되고, 이와 같은 경우 알선수뢰죄나 증뢰물전달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판 1986. 3. 25. 85도43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알선수재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알선이란 일정한 사항을 중개하여 양 당사자 사이에 교섭이 성립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일체의 서비스를 말합니다. 장래의 알선행위에 대해 수뢰가 이루어진 경우 그 후 실제로 알선행위가 이행되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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